매일신문

녹색시대-제4부 몸살앓는 5대양6대주-14대륙의 고민

북경에서 영정하까지는 개발의 영향인지 길이 좋다. 그렇지만 곳곳에 세워진 대형공장에서는 석탄을 연료로 한 검은 연기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고있었다.이날 아침부터 북경 시가지는 온통 희뿌연 색깔이었다. 스모그현상이 심각하다. 아마 이런 검은 연기가 북경시가지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것이다.온실효과 유발 주범

중국환경전문가들도 최근들어 온실효과에 따른 기후변화를 매우 강도 높게 지적하고 있다. 특히 화석연료인 석탄의존도가 전체 에너지 공급의 76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구의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주요국가라는 점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정도다. 이는 현재 발생되고 있는 홍수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미 60여만명이 대피한것으로 전해지고있는 중국의 홍수는 단순히 홍수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환경전문가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다시말하면 홍수와 홍수에 따른 토양유실이 있고 그후 곧바로 가뭄이 반드시 찾아 오는 전형적인 패턴이 겁난다는 것이다.영정하를 찾는 이유는 북경을 둘러싼 지역중 가장 빠르고 심각한 환경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역이란 점때문이다. 이같은 변화는 사막화와도 연관이 있으며 땅의 염화나풍화작용등이 심각하기 때문이었다.

말라버린 영정하

북경에서 50km. 1시간을 달린 끝에 하북성 대흥현에 당도했다.그러나 영정하는 쉽사리 찾을수가 없었다. 특히 농민들은 이미 영정하라는 이름을 잊고 있었다. 황촌이라는 마을에서야 비로소 영정하가 이곳임을확인할수 있었다. 이미 건천이 되어버린 영정하를 마을사람들은 바로 인근에살고 있으면서도 모르고 있었다.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환경의 변화보다는 삶에더 급급하다는 것이다. 물기 하나 없는 허허벌판 같은 영정하는 5백m나 됨직한 긴 다리를 가운데 놓은채 바싹 메말라 있었다. 주위로 모래바람을 막으려 나무들이 가지런히 조림됐지만 바람은 억셌다.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가장 나이많은 노인을 찾았다. 이곳 토박이 쉬이옹(서은 3)은 놀랍게도 여기에 고려사람들이 많이 살았다고 증언한다. 그는 아예 고려사람이라는 말대신 꼬리 빵즈라고 했다. 꼬리 빵즈(고려몽둥이들)가 살았지만 50여년전에이미 다른 곳으로 모두 떠났지. 하도 이지역 사람들이 고려사람들을 못살게굴었어. 매일 몽둥이로 두들겨 팼으며 오죽하면 꼬리 빵즈로 부를 정도였겠나. 그 때만 해도 저 영정하의 물이 한 길 넘게 치렁치렁했고 부지런한 고려사람들이 물을 길어다채소를 길렀지만 마을사람들이 몽둥이로 패고 고려사람들이 가꾼 채소를 억지로 빼앗기도 많이 했어

고려사람 집단주거

쉬이은옹의 증언을 들으며 우리의 선조들이 이곳까지 와서 삶의 둥지를 틀려한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 이지역은 풍부한 물과 기름진 땅으로 소수민족이 탐을 낸 곳이라고 쉬이은옹은 말했다. 먼 기억들을 더듬으며 쉬이은옹은그러나 이처럼 강이 마르기 시작한지는 불과 30여년전이라고 했다. 이유는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북쪽에서모래바람이 너무 불어와 땅이 자꾸 황폐해진다는 것이다.이사를 가려고 몇번이나 망설였다는 말을 덧붙인다. 지난79년 마지막 물을 본 후 영정하에는 물길이 완전히 끊겼다고 했다.대륙의 수도 북경을 죄어오는 사막화는 이처럼 심각했다. 불과 지동차로 2시간 거리에 이같은 심각한 환경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는것은 북경당국으로서는 결코 쉽게간과해버릴 일은 아니었다. 북경을 죄어오는 또다른 환경현장은 영정하와는 다른 방향인 장가구 북경서 약 22km 더 절실한 현장을 탐색하려면 장가구서 다시 140km 더 들어간 장북현까지 가야한다. 북경서 장북현 가는 길에는 한가지 독특한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바로 석탄운반 차량의 행렬이다. 중국의 공업화에 빼놓을수 없는 석탄. 이들 석탄은 모두 하북성 위쪽의 탄광지대에서 북경인근의 공장으로 운반된다. 이들 차량때문에모든 차량들은 고작 시속 30km의 속력을 유지할수 밖에 없을 정도다.하북의 석탄은 질이 좋기로 또한 이름이 나있다. 주민들은 석탄을 주요한수입원으로 하고 있으며 길가에는 석탄더미를 놓고 소매업을 할 정도다. 장가구를 지날때 시가지의 아스팔트가 유난히 움푹패여 있었다. 이 길은 석탄운반 차량이 반드시 통과하는 길이다. 일부러 주민들이 아스팔트길을 파헤쳐석탄차량이 지날때 석탄더미가 떨어지도록 하기위해서다. 주민들은 떨어지는 석탄을 주워 내다 팔고 땔감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이 길을 수리하면 주민들은 다시 파헤치는 순환이 계속된다.

초원 사막화 가속

하북성 장북현 성서관뻗필자민"린 그렇게 멀지 않아서 인지 몽고인들도자주 보인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여기서는 초원이 계속된다. 그러나 타클라마칸 사막쪽에서 불어오는 황사로 초원은 점차 사막화가 가속된다고 한다. 1백여년전 선조들이 이곳에 정착했다는 위짠왕씨(우점왕 8)는 아무리 나무를심어도 잘 자라지 않는다고 했다. 황사가 불고나면 창틀에는 먼지가 2~3cm씩 쌓이지요. 그 많은 모래들이 모두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분명한것은 점차 땅들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별로관심을 두고 있지않아요 그는 사막화가 때로는 겁이 나지만 선조들이 살아온땅을 버리고 다른곳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이처럼 장가구 주변이나 장북현의 환경도 북경이 그리 멀지 않다는 점에서중국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북경에서 제일 가깝다는장북삼림초원도가촌도 있다. 다시 북경으로 돌아왔을때 시가지의 스모그는 이날 따라 더욱 심했다. 북경을 둘러싼 심한 자연환경의 변화가 스모그와는 어떤 함수관계인지는 뚜렷하지않지만 거대한 대륙 중국의 고민은 정치 사회적인것 외에도 앞으로 환경문제가 아마 상당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생각은 떨칠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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