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배'기전은 본선의 제한시간이 각자 3시간으로 다른 기전들이보통 4시간인 것에 비한다면 1시간이 적다. 그래도 한 판이 끝나는 것을 보려면 6시간을 기다릴 각오는 하고 있어야 한다.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대국을 감상하려는 바둑팬들은 전화요금도 요금이려니와 그보다는 6시간 정도를 모니터 앞에 앉아서 버틸 수 있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건 또 약과다. 해설자 김수영 6단과 그의 말을 듣고 그말을 키보드로 두들겨 컴퓨터에 올려야 하는 이동통신의 직원의 경우를 상상해 보자.
타자수는 손가락에 불이 날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래도 남이 하는 말을듣고 그걸 옮기는 것이니 머리 쓸 일은 없다. 그에 비해 김 6단은 바둑의 흐름을 파악하고, 좀 어려운 수가 나오면 그 수의 의미와 그에 따르는 변화를제시해야 한다. 바둑이 소강상태를 보이며 평범한 수로만 흘러갈 때는 바둑수를 해설할 것도 없으니 그때는 천상 이런저런 얘기, 바둑계의 근황이나 대국자들의 신상명세 같은 것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간을 때워야 한다.김 6단 본인은 "고역도 그런 고역이 따로 없다"고 푸념을 한다. 그런데김 6단은 그런 고역을 지금까지 몇 년간 계속하고 있다.
스스로 좋아서, 고역이기는 하나 그래도 즐겁고 그 어떤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해설료를 받기 때문이라면 그렇게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뿐이랴. 목은 또 괜찮은가. 아무리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 시간만 혼자 계속 떠들면 목이 잠기는 법이다. 그 6시간 마라톤 생중계를 감당할 해설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오직 김 6단 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말솜씨만 좋다고 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아는 게 많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김 6단은 독보적인 존재라고 바둑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김 6단은 말투 자체가 마라톤 생중계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볼륨이 일정하고 톤의 높낮이도 거의 없다. 말의 속도는 좀 느린 편이다. 그런 식으로 끊을 듯하면서 하염없이 얘기를 이어나간다. 그런 식이라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듣기가 지겨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김 6단의 얘기는 오래오래 듣고 있어도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적당한 육두문자와 적당한 유머, 적당한 과장과 적당한 비방과 비분강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슬픈 자학'과 엄살 등이 절묘한 조미료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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