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의 손

사람은 각자 삶에 있어서 자기나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 간직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 전설은 희미한 과거의 추억이거나 미래에 대한 막연한소망일 수도 있으며 또 현재의 바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의 얼굴을보면 그 사람의 삶을 알 수 있듯이 그 사람의 손에는 그 사람의 삶과 전설이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래서 손을 보고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점치는 수상술(수상술)이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감있는사람의 손을 잡으면 따뜻스함이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최근에는 성형술의 발달로 얼마든지 얼굴 변형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에이제 얼굴을 보고는 그 사람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목과 손의변형은 현재의 성형술로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얼굴보다는 목의주름살을 보고 그 사람의 나이를 판단하며, 손을 보고 그 사람의 인생역정을짐작한다고 한다.나는 얼마전부터 무의식중에 멍하니 내 손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때마다 문득 문득 내 손이 아버지의 손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한다. 물론아버지의 손은 주름 잡힌 늙은 손이고 나는 불혹(불혹)을 목전에 둔 손이긴하지만 손에서 배어나오는 표정이 닮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손이 아버지의손을 닮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알게 모르게 나의 삶속에 배어있을지도 모를 아버지의 전설과 삶이 나의 손에서 숨쉬고 있는 것일까! 지난세월 무던히도 힘들고 어려웠던 그때의 삶을 생각하며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단순한 연민때문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와 나의 삶의 전설이 비슷하기때문일까. 나와 아버지의 삶의 전설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자식은 아버지를 보고 배우며 닮는다고 했다. 나의 손을 닮아갈지도 모를내 자식의 손에도 역시 나의 삶과 전설이 스며있을까? 그렇게 해서 알지도못하는 나의 전설이 자식의 삶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자기의 손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된 나도 이제 아버지의 세대를 이해할듯한 기성세대가 되었는가 보다.

〈계명대 조교수·일본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