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와대와 백악관

청와대와 백악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관저이자 권력및 정치의 중심을 상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등급(?)의 권력기관임에도 정보화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다르다.하이텔·천리안등 국내통신망에 자리잡은 '청와대 한마당'과 인터네트에개설된 '백악관'를 비교해 보면 천양지차인 현실을 보게된다.백악관의 경우 인터네트 입문자라면 제일먼저 한번쯤 들어가보는 사이트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을 찬찬히 살펴보면 정보고속도로를 주창한 미국의 의지가과연 어느 정도인가를 읽을수 있다.

'웰컴 투 더 화이트하우스'라는 홈페이지부터 사용자의 구미를 당기고있다. 대통령의 업무, 대통령의 내각및 자문위원회소개, 백악관및 워싱턴 관광안내, 백악관의 최신 보도자료, 대통령의 가족소개, 대통령및 부통령, 퍼스트레이디에 대한제언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클린턴대통령및 고어부통령의 육성연설문을 경청할수 있고 방명록에 서명할수도 있다. 심지어 클린턴이 가장 아끼는 '삭스'라는 이름의 고양이 울음소리까지 들을수 있는게 바로 백악관사이트다.

컴퓨터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권부답게 깔끔하고 다양한 내용을통해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군사및 경제력에 이어 또다른 '아메리칸 드림'을 노리는 미국의 의도가 끝내는 먹혀들고 말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에 반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청와대는 93년 6월 1일 백악관보다 1주일이나 앞서 컴퓨터통신 하이텔과 천리안에 '청와대한마당'난을 개설했다. 젊은 세대가 대다수인 PC통신인들과 직접적인 언로(언로)를 트는 것은물론 정부의 정보화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개설 2년이 지났건만 무엇하나 볼 것이 없다는게 중론이다. '신한국창조-다함께 앞으로'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아래 대통령에 바란다, 국정홍보실,여론조사실,여론정책실의 메뉴로 구성됐지만 그내용은 요즘 흔히말하는'부실공사'를 연상할 정도다.

국정홍보실에는 '교육개혁효과'의 정책조사결과와 르완느총리주최만찬답사가 초라한(?) 모습으로 올라와 있고,여론조사실에는 '준비된 설문이 없습니다'라는 글만을 찾을수 있다. PC통신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수 있는 '자유게시판'도 욕설과 헛소리가 난무 하다는 이유로 인해 지난해말 폐쇄됐다. 인터네트에도 청와대의 WWW사이트 구축계획만 세워져 있을뿐 언제시행될지조차 알수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코너'운영의 어려움을 이렇게 하소연한다."통신인구가 많고 수준높은 글을 올려놓는 미국과는 감히 비교할수조차 없습니다. 국내 통신인들은 청와대에 억지를 부리며 욕설과 풍문을 올려놓아당황하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백악관의 경우 40여명이 백악관사이트를관리하는 반면 우리는 다른 행정부처와 비슷하게 단 1명의 직원으로 일일이답장을 써보내고 관련기관에 민원을전해주려니 일손이 부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국민의 수준이 문제인지,정부의 수준이 문제인지 찬찬히 생각해볼 일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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