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미를 거듭할 것으로보이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방안은 김영삼 대통령이12일 "원칙대로 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어 13일의 고위 당정회의에서 전격적인 합의를 봄에 따라 일단 가닥이 잡혔다.그러나 진통 끝에 나온 당정 협의 결과는 원리원칙보다는 서로 명분과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민자당은 종합과세에서 양보한 대신에 정부는 부동산쪽에서 당의 체면을 살려준 주고받기식 보완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1가구1주택자에 대한 비과세요건을 3년 이상 거주 또는 5년 이상 보유에서 3년 이상 보유로 단일화한 것은 부동산은 풀어주고 금융은 더욱 조인다는 점에서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도록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조치로 지적되고 있다.
이석채 재정경제원 차관은 당정 협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채권 등에 대한종합과세를 예외없이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이를 위한 관련 업무의전산화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예상되고 개발된다고 해도 채권에일일이 꼬리표를 붙이고국세청에도 통보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채권 시장위축은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또한 채권 등 금융상품의 실 소유자인 종합과세 대상자가 비대상자를 매수하여 이름을 빌린다면 얼마든지 종합과세를 피할 수 있어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커다란 구멍을 그대로 방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명의를 빌려주는 신종 브로커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을 정도다.
재경원은 또 특정금전신탁 등 기존의 절세상품 가입자 구제문제와 관련, "약관상 종합과세 회피를 허용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혜택은강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정부 허가를 받은 신탁 약관을 믿고 가입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게 됐고 이에 따른 은행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것으로예상된다.
재경원은 제도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5년 이상의 장기채권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에 대해 30%가 분리과세되는 장기저축상품을 허용,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예외를 인정했다.
부부 합산이 아닌 개인별 집계이기는 하나 지난해의 경우 종합과세 대상자가 겨우 3만1천5백명밖에 안되는 데도 이처럼 각별히 배려하는 데 대해 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반면 '예외없는 종합과세'라는 상처투성이의 명분을 얻기 위해 재경원이정치권에 양보한 부분이너무 많아 "실제로는 몇 푼 되지도 않을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에 기존의 세금 체계가 크게 허물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있다.
우선 '종합과세로 세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는 계층'에 대해 소득세를 2~3경감시키기로 한 것은 결국 봉급생활자들을 비롯한 대다수 중산층은 도외시한 채 일부 돈많은 금융자산가들만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재경원은 현행 소득계급구간을조정, 최고 세율 40%가 적용되는 상한선을6천만원 초과에서 8천만원 초과로 높이는 방법으로 내년에만 근로소득세 1천40억원, 사업소득세 1천8백60억원 등 2천9백억원의 세부담을 덜어 주겠다고밝혔으나 이러한 혜택의 대부분이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된다는 얘기다.재경원은 특히 하루 이틀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기 억제를 포기하라는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민자당의 양도세 비과세요건 완화 요구에 완강히 버텼으나 결국은 물러서고 말았고 부동산 의제취득시기도 '행정 편의와 양도세행정을 전산화하기 위해'라는 납득되지 않는 이유를 내세워 양보했다.부동산 의제취득시기란 오래 된 부동산의 구입시기를 세무행정과 납세자의편의상 특정시점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그동안 적용하던 77년1월을 97년부터85년1월로 조정, 97년 1천7백억원, 98년 1천8백억원 등 3천5백억원의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법인세 경감 사유를 보면 세금 정책이 명분이나 실리보다는 그때그때의 시류에 얼마나 민감하게 영합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재경원은 지난 1일 내놓은 세법 개정안 문답자료에서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외국보다 높지 않으므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금지보조금 축소와재정수입, 경기동향 등을 감안해 추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WTO 체제하에서 기업의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달았다.
이는 귀에 걸면 귀고리고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전형으로 정책의 시행이유가 원칙보다는 그때 그때의 정치상황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어쨌든 기업들은 이로인해 내년에만 3천4백만원의 혜택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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