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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푸른나무(236)-강은 산을 껴안고(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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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모 얼굴을 몰라요. 고아원에서 자랐거든요. 벌초를 해보기도 처음입니다. 시우와 난 의형제라서, 시우 아버지가 제 아버지죠, 뭐"짱구가 한서방에게 말한다."마선생이 졸지에 아들 둘을 얻은 셈이군요" 한서방이 말한다. 묘 앞에 앉는다. 담배를 꺼내다 할머니를 본다. 할머니는 에이고, 에이고 하며 엎드려울고 있다. "북실댁, 좋아서 나오는 울음인 모양인데, 그만 우슈. 그만 그치시라니깐"

춘길형도 한서방 옆에 앉는다. 멀거니 나루터 쪽을 내려다 본다."할머니가 안됐다만, 시우 넌 대처로 잘 나갔어. 도시로 나가 고생을 겪다보니 세상 물정도 익히고, 훨씬 똘똘해졌잖아. 젊은이들이 여기 처박혀선 할일이 없어. 땅이나 파뒤지면 뭘해. 문자 그대로,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좀이쑤셔 살 수도 없구. 지난 팔월에 제대해서 집에서 잠시 쉬고 있지만, 나도서울로 나갈 거야. 삼도아저씨 식당 일이나 봐주며,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지"

춘길형이 내게 말한다.

"또 바람든 소리하고 있네. 이놈아, 아우라지가 어때서 그래? 막국수 나르고, 그릇 씻고, 그게 땅 파뒤지는 것보다 뭐가 좋아? 요즘은 서울 사람도 서울 뜨고 싶어하더라. 교통 복잡고, 물가 비싸고, 공기 나쁘고, 서로 뜯어 먹는게 싫다구. 아우라지가 오죽 좋아. 그 모든 걸 해결해주잖아. 여기도 이젠고랭지채소 재배로 도시살이만큼 넉넉해. 감자 옥수수에 나물만 먹던 시절이아냐"

한서방이 말한다. 담배연기를 날린다. 나는 할머니를 본다. 할머니가 울지않는다. 꼼짝을 않고 엎드려 있다.

"할머니, 할머니"

나는 할머니를 흔든다. 할머니를 일으켜 품에 안는다. 할머니가 실눈을 뜨고 나를 본다. 그 눈빛이 이상하다. 또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아저씨, 하, 할머니가 이상하네요"

"또 도졌나?" 한서방이 할머니를 본다. "또 도졌어. 너가 와서 충격이 큰가봐" 한서방이 할머니를 흔든다. "북실댁, 정신차려요. 손주를 못알아봐요?"

"이번 가윗날에는 시우가 오겠지? 와서 벌초를 하겠지?"

할머니가 가느다란 목소리로 묻는다. 눈을 깜박인다.

"허허, 시우가 왔잖아요. 여기 있잖아요. 이거 큰 일 났네" 한서방이 나를본다. "시우야, 너가 엎고 먼저 내려가. 내려가서 한 숨 푹 재워. 그럼 깨어나실 거야"

나는 할머니를 등에 엎는다. 가볍다. 내가 따라갈, 하며 순옥이가 나선다.짱구는 벌초 마치고 내려가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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