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으로 독을 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이열치열(이열치열)에 상응하는 북한 속담으로 그들의 호전적이며 투쟁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속담은 '언중(언중)이 낳은 생활의 시'이다. 오랜 기간 민중의 생활감정이 용해되어 있는 비유적인 관용어구가 바로 속담이다. 따라서 속담은 한 나라의 사회 현상을 비춰주는 투영도라 할 수 있다. 북한에서도 속담의 교훈적 기능을중시, 김일성은 그의 교시에서 속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북한에서 발간된 '조선속담'(1984)은 8천여개의 속담이 수록된 방대한 자료집이다. 이 책에는 북한에서만쓰는 생소한 속담들이 많이 들어있어 흥미를 끈다. '국수집 식초병 같다'(부산스럽게 바쁜 사람), '가을 뻐꾸기 소리같다'(헛소문),'칠팔월 수수잎 꼬이듯'(변덕쟁이), '고드름 초장 같다' (겉보기보다 맛이 없는 음식)등은 남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속담이다. 이 밖에도 '나갔던 파리 왱댕한다'(방귀뀐 놈 성낸다), '구운 게도 다리 떼고 먹는다'(용의주도), '하늘에 사다리를 놓겠다 한다'(엄두도 못낼 일), '눈치가방바닥이다'(무딘 사람)등이 눈에 띈다. 또한 '가면서 안 온다는 님없고 오마하고 오는 님 없다', '가시내가 오랍아 하면 머시내도 오랍아 한다', '나막신 신고 돛단배 빠르다고 원망한다', '남의 등창은 제 여드름만 못하다','눈물은 내려가도 숟가락은 올라간다', '닭 길러 족제비 좋은 일 시킨다', '미끄러진 김에 쉬어간다', '발바리새끼 쫓겨가자 미친개 뛰여든다'등 다소속된 느낌을 주는것도 있는데, 이들이 의미하는 내용은 쉽게 감지될 것이다.북한의 속담중에는 남한과 같은 형태이면서도 의미가 변조된 것이 적지않다. 이는 대체로 개인 우상화, 적개심 고취, 남한 비방, 노동의욕 고양 등정치적 선전 목적으로 변용된 것으로 속담의 일반적인 비유성과 풍자성이 소멸되고 특수화된 것들이다. 예컨대 '물은 깊을수록 소리가 없다'는 사상교양이 잘된 사람은 불평을 하지않고 당과 수령에게 충성한다는 뜻이다. '젊어서고생은 금 주고도 못 산다'는 청소년들의 노력 동원과 강력한 사상학습을 고무하고 선동하는 내용이며 '입에 들어가는 밥술도 제가 떠넣어야 한다'는 주민의 노역을 선동하고 주인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루속에 든송곳은 감추지 못한다'는 제국주의자들의 침략본성을 비유하여 적개심을 고취한 것이며 '개새끼는 낳는 족족 짖는다'는 대남 비난용이다.〈경북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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