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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산책-이창호와 류시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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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와 류시훈은 88년 여름 도쿄에서 한번 만난 일이 있다. 그해 6월 일본에서는 제1회 IBM배 세계속기대회가 열렸는데, 우리 쪽에서는 서능욱(서능욱)과 이창호를 대표 선수로 출전을 시켰다.그때 류시훈은 일본기원 초단이었다. 류시훈도 일본에 건너간지 1년 반만에 입단의 관문을 돌파했던 것이다. 물론 그 무렵에도 이른바 네임 밸류로는여전히 이창호가 훨씬 앞서 있었다. 본선을 지나 바야흐로 타이틀의 도전권에 육박하고 있던 이창호는 이미 일본 바둑계에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일본의 바둑기자들은 대회의 진행상황보다도 오히려 조훈현의 내제자라고 하는, 천재 소년 이창호를 취재하는데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대회에 출전한 일본의 고단 기사들은 자신들의 바둑을 두다말고 번갈아 이창호가 두는 바둑을 구경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하고는 상관없이 두 사람은 정말로 반갑게 재회를 하는모습이었다.

시훈과 창호는 창호의 호텔방에서 하루밤을 거의 꼬박 새우며 바둑을 두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속기로 여러 판을 두어서 승패가 어찌 되었는지는미처 세어 보지는 못했지만 대충 반반의 승률이었던 것 같다. 바둑을 두면서시훈은 창호에게, "네 소식은 빠짐없이 듣고 있다. 활약이 대단하더구나"하고 격려를 하기도 했고 "그런데 얼마전에 보니까 아마추어에게 졌더구나"하면서 아픈곳을 찔러 주기도 했다.

'월간바둑'은 88년에 '프로.아마 오픈 토너'라는 센세이셔널한 이벤트를 기획했었다. 프로 저단진 가운데 성적을 내고 있는 기사들과 아마추어 강자들을 뒤섞여 총호선의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가리는 이색대회였다. 거기서프로측 대표의 한 사람으로 출전했던 이창호는 실로 뜻밖에도 당시 아마추어였던 안관욱(안관욱.현 프로 삼단)에게 지고 말았다. 그게 불과 달포전의 일이었다.

"아마추어긴 하지만 무지하게강하던데…"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창호에게 시훈은 웃음기없는 표정으로 단호히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프로가 아마추어에게 지면 되나"

도쿄에서 보았던 류시훈은 어딘지 어른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어느새 승부사의 체취를 풍기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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