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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시의 푸른나무 (245)-제8장 강은 산물 껴안고(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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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 나랑 여량에 나갔다 오자. 차 몰고. 드라이브나 해"짱구가 말한다.나는 대답을 못한다. 여량으로나가면 술을 마실 터이다. 나는 술을 마시기가 싫다. 짱구는 성깔이 있다. 술 마시고 여량 청년들과 시비를 걸는지도모른다. 술 마시고 들어와 순옥이를 팰까봐 두렵다. 순옥이는 이제 잠이 들었다. 짱구가 여량으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잤으면 싶다."우리 시우는 안돼요. 이 할미와 같이 있어야 해요. 여지껏 술 자셨는데,제발 그냥 주무세요"

할머니가 말한다.

"할머니, 그럼 나 혼자 나갔다 올게요. 기분을 잡쳐 그냥 잘 수는 없어요""형, 차는..."

짱구가 차를 몰고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술을 마시고 차를 몰면 위험하다.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잡힐 수도 있다. 승용차는 훔친 차다."걱정마, 한잔 걸치고 곧 올테니" 짱구가 마당에 서 있는 할머니를 본다.댓돌에 신을 신으며 말한다. "할머니, 차례상에 뭐 필요한 것 없어요? 나갔다 오는 길에 사올게요"

"없어요. 마을 사람들이 다 사다줬어요. 있는 대로 제상을 차려야지"짱구가 마당을 나선다. 삽짝을 빠져 나간다.

"시애가 저 달을 보고 아우라지로 돌아왔으면" 할머니가 달을 보고 중얼거린다. 나를 돌아본다. 홀연히 생각난 듯 말한다."시우야, 저 청년 싸움패맞지? 저 여자도 한패구? 거세더라. 말씨도 험하구. 얼마나 놀랐는지. 시우너가 저 사람들과 한 패거리라니. 아서라, 다시는 어울리지 마""어울리기 싫어요"

"그래, 옳은 생각이다. 어서 방으로 들어가. 자리 깔고 누워. 할미도 곧들어가마. 이제 다했다. 새벽에 일어나 밥 짓고 덥힐 것만 덥히면 된다"나는 큰 방으로 들어온다. 술자리가 어수선하다. 주전자, 잔, 안주 따위를치운다. 마루로 나른다. 걸레를 가져와 방을 닦는다. 요와 이불을 편다. 할머니 자리, 내 자리, 짱구 자리를 마련한다. 건넌방을 들여다 보고 싶다. 순옥이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싶다. 그럴 수가 없다. 순옥이가 안에서 문고리를잠갔으면 싶다. 짱구가 또 시비를 걸는지도 모른다. 나는 옷을 벗고 잠자리에 든다. 방바닥의 따뜻함이 요를 통해 전해온다. 부엌에서는 그릇 달가닥대는 소리가 들린다. 뒤란에서 오동나무와 후박나무가 바람을 타는 소리가 들린다. 싸리숲이 쏴 하며 우는 소리도 들린다. 잠이 오지 않는다. 할머니가어서 들어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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