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계동의원이 노태우 전대통령의 신한은행 비자금 계좌를폭로한 것은 지난 19일, 그리고 이현우 전청와대경호실장이 검찰에 출두,비자금 존재를 시인한 것은 22일이었다.폭로와 자인이 있기까지 만 3일이라는 시간적 공백이 있다.현재 통치비자금을 둘러싼 국민적 충격과 분노는 그 엄청난 비자금 규모와조성방법, 그리고 용처에 쏠리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바로 3일이라는 시간적공백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그중에서도 이기간중 연희동측이 현정권과 어떤 교감과 조율을 거쳤느냐에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현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양쪽 분위기와 반응, 그리고 시간대별 움직임으로 봐 조율과 교감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오히려 양쪽의 감정이 가파른 대립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분위기마저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박의원 폭로가 있은 직후 여권의 한고위 인사는 노씨측에 비자금 여부를 확인해본 것은 사실이다.
민자당 한 핵심인사는 20일 노씨측 사람인 서동권전안기부장을 시켜 이현우씨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주문했고, 이씨는 "그런일 없다"고 대답했다.
이때부터 여권은 "국조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자신있는 태도로 나갔다.그런데 거의 같은 시간 이현우씨는 연희동에 들어와 비자금 계좌내용을 노씨에게 보고했고 대책을 숙의했다고 노씨측은 밝히고 있다.이렇게 보면 민자당은 애초 이문제의 정확한 진상을 파악,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으나 노씨와 이씨의 말만 믿고 마음을 턱 놓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씨 검찰출두후 여권 고위인사들이 노씨에 대해 한결같이 분노와배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씨의 일요일 오후 갑작스런 검찰출두 시기로 봐서도 사전 조율은없었던것 같다는 분석이 많다.
이씨가 검찰에 출두한 날은 김대통령의 외국순방 행사 가운데 하이라이트인 유엔총회 연설이 있는 날이었다. 여권은 이씨의 일방적인 검찰출두와 자백에 따라 신문지면이 온통 노씨 비자금 파문내용으로 채워져 김대통령 행사가 빛을 바랜데 몹시 불쾌해 하고 있다.
또 연희동측은 검찰이 이미 비자금 소유주를 파악해놓고 23일쯤 이를 공개하고 6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는 정보를 파악하고 선수를쳤다는 얘기도 있다.
김대통령은 이씨의 자백이 있은후 한승수비서실장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와함께 박의원의 폭로가 있기 하루전 민주계 핵심인 김덕용의원이 유사한 얘기를 한 것도 별도의 해석을 필요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연희동측 일각에서는 김의원과 박의원이 접촉을 갖고 6공 비자금을 폭로하기로 조율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이런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6공과 현정권의 정치적 타협이나 조율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렇게 볼때 노씨의 비자금 충격은 일단 박의원 폭로에서 노씨측 대응에이르기까지 돌출사건의 형태로 굴러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검찰수사의수위나 폭, 그리고 향후 정치적 대응에 대해 어떠한 보이지않는 교감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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