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정국 어디로 가나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금기시되어 오던 정치자금'뇌관'이 전직대통령은 물론 여야 지도자들의 직접 수수로까지 비화되는 등 정국은 혼미의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노태우전대통령 재임시절의 정치자금공개는 헌정사상 초유로 규모 또한 예상외의 수준인데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의 20억원대선자금수수시인도 기존야당의 인상을 깨는 일로 받아들여 진다. 여권측도 조만간 지난 대선자금의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등 정치자금과 관련한 '핵'이 폭발하고 있는 양상이다.정국의 파문은 이제 노전대통령비자금사건에서 정치권전체의 대선정치자금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정치지도자들의 도덕성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을 것 같다.이번 정치권의 혼돈이새로운 정치질서와 정치관행의 파괴로 까지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일단 여야각정당들은 총선을 앞두고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살기위한 '수습의 몸부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이과정에서자칫 이전투구식의 정치싸움으로 번져 결국 기존정치의 불신을 심화시키지않을까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특히 정치적공방 못지않게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위반등의 실정법위반시비도 불러올 조짐이어서 파장이 만만찮다.우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여파로 가장 타격을 받은 사람은 노전대통령자신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제 재판정에 서야할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 이외에도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국민회의총재를 손꼽을 수 있다. 김대통령은 막대한 대선자금사용이라는원죄에서 벗어날수 없다. 다만 새정부출범이후 그런대로 '깨끗한손'이라는 평판을 받고 있어 부담이 경감될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국민의 감정이 이를 용인할는지는 미지수다.

이에비해 김총재는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의 카멜레온'이라는 힐난에대해 할말이 없게됐다. 심지어 민주당측에서 "광주항쟁학살자에게서 돈을 받았다"며 혹독한 비판을 할 정도로 도덕적이고 선명한 야당의 이미지를 심대히 훼손받는 계기가 되어 이제 '대권의 꿈'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물론 김종필자민련총재는 현재드러난 정치부패스캔들에서 빠져있지만 박계동의원의 1백억원비자금수수폭로로 '혼자만 웃고 있을 때'가 아니다.결국 이번 파문은 그간 여야의 치열한 입씨름의 주메뉴였던 '3김시대''3김구도'정치가 의외로 몰락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벌써 야당측의 희망인 내각제개헌가능성의 기류가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다.정가의 관심사는 역시 이번파문의 불똥이 어디로 튀어갈지 여부이다. 우선노전대통령이 밝힌 5천억원규모의 비자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한 수사로 인해 연루, 정·재계인사들이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형국이다. 또 김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도 분명히 정치권에 큰 여파가 미칠 것 같다. 이로인한정계및 재계의혼돈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래도 가장 큰 주시의 대상은 정계개편문제이다. 누구도 장담할수 없지만현재로서는 기존질서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양한 정계개편시나리오중에서 당장 거론되고 있는 민자당내 민주계와 민주당, 정개련등의 개혁적세력들의 통합은 현실성에서 떨어진다는게 일반적인시각이다. 민주당과 정개련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으나 득표력면이 의심을 받고 있어 이들과의 전격적인 통합은 매우 모험적인 시도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방법은 청와대등 여권핵심이 쓸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는 진단이다.이번 비자금파문이후 모처럼 민주계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주류측과 중진다수는 개혁적소장그룹의 줄기찬 정계개편주장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지방선거이후의 '화합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사정과 개혁으로나아가다가는 초반에 반짝 박수소리만 있다는 판단이다. 노전대통령과 6공핵심세력, 친인척들을 민자당과 6공인사들에서 따로 떼어내는 작업을 펼친다는구상이다.

김대통령이 캐나다와 UN방문을 마치고28일(오늘)귀국하는만큼 귀국후의정국 해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