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검찰의 자승자박

대통령의 5·18특별법제정 지시로 그 누구보다 가장 곤혹스럽고 당혹감을느낀 곳은 검찰일 것이다. 검찰이 지난7월 5·18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에서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린뒤 5·18특별법제정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끝내는 대통령의 제정지시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것은 바로 검찰의 결정을 대통령까지도 부인한 셈이 됐고 검찰은 자신이 내린 결정을 이제 스스로 백지화해야 하는 자승자박의 처지가 된 것이다.검찰은 '80년 당시 신군부세력의 비상계엄 전국확대, 국보위설치등 일련의조치는 새로운 헌정질서를 창출해 가는 정치적 변혁과정이므로 사법심사의판단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고소·고발된 58명의 5·18관련자들에 대해 '공소권 없음'결정을 내려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에 앞서 12·12관련자들에 대해선 죄는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처분을 내려 과연 검찰의 결정이 옳으냐에 대해 논란이 야기됐었다.

12·12와 5·18관련자들에 대한 이같은 검찰의 결정은 이른바 '역사에 맡기자'는 대통령의 생각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정권의 시녀'를 벗어나지 못하는 자세에서 나온 것이라는 세찬 비난도 받았다. 이처럼 세찬 비난까지 받으면서 대통령의 '역사적 판단'정신에 따랐던 검찰이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생각을 바꿈에 따라 5·18관련자 재수사라는 결정번복이 불가피한 곤혹스런상황에 빠져버렸다.

더욱이 오늘 5·18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8차 평의에서 헌법재판소마저 5·18관련자들의 불기소는 부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지고, 앞으로 검찰이 5·18관련 수사를 다시 한다해도그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도 타격이 적지않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더욱 강력히 제기하는 계기까지만들어 줄 우려도 없지않다.검찰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물론 철저한 독립적 위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본다. 12·12나 5·18같은 중대사안에 대한 판단은 재판을 거치는 법리논쟁을 통해 마무리해야 하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중간에서 결론을 지은 것이 화근이라 하겠다. 최종적인 법적판단은 법원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고 순리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임을 검찰은 외면했던 것이다.

이제 검찰은 잘못판단한 결정을 스스로 뒤집어야 할 곤욕을 치를 수밖에없다. 헌재서 흘러나온 '판단유탈'이란 말대로라면 검찰은 앞으로 5·18사건에 대해 '빠뜨린 판단'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서 완전한 판단으로 다시는뒷말이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정치성이 강한 사안일수록 사법판단이 침해당할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럴수록 완벽한 사법적 판단으로 외압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검찰은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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