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녹색시대...마지막선택(80)

밀림 속에 학교 운동장 크기만한 공간을 닦아 소형비행기가 내리게 만든것이 전부인 츠크루이 공항은 초라하다기보다 정겹게 느껴졌다. 짐 검사나 비행기표를 받는 사람조차 없이 비행사가 짐을 날라주고 간단한 안내까지 맡는마음편한 공항이었다.취재진을 맞은 유일한환영객인 털북숭이 택시운전사 프란시스코씨(38)도사람을 여러번 놀라게 했다. 우선 사람도 살지못할듯한 아마존 속에 택시가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공항에 택시기사가 그 하나 뿐인데 또 놀랐다. 게다가그는 츠크루이댐을 취재하고 3시간 넘게 걸리는 마라바까지 태워다 주는데무려 3백헤아이스(24만원정도)를 요구해 한번 더 놀라게 했다.취재 출발에 앞서 그는 집에 들러 차를 고물차로 바꾸고-길이 나빠 부서진다는 설명이다-타이어를 체크하고 여기저기 인사를 하고 기도까지 하는등 수선을 떨었다. 취재진을 염두에 두지않은듯 제 볼일만 보는 그에게 길을 재촉했다.

츠크루이댐은 트랜스아마조니카 카라쟈스철광석개발등과 함께 70년대이후아마존개발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토칸틴스강을 막아 원근에 전기를공급,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것이 댐건설의 주요목적.그러나 츠크루이댐은 2천4백30㎢ 의 우림을 물에 잠가 엄청난 환경파괴를불렀음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브라질인들의 고백이다.댐 건설은 농장건설때와 마찬가지로 쓸만한 나무를 베는데서 시작된다. 이때 벌목에 앞장서던 사람이 .나무베기 왕'으로 불리는레이노 그레꼬씨(70). 언제 나 수염을 깎고 새신발을 신고 고사를 지낸뒤 나무를 베는 그는최근 상파울루 소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벌목 경력이 50년이라며 자신은인간의 힘으로 기후등 환경을 바꾼 유일한 사람이라고 자랑했다. 15개 벌목회사를 갖고있는 그는 파라주남쪽 폭스바겐 목장 1만7천ha를 조성할 때는 나무를 베기가 어려워 아예 불태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마조니아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동안 그는 말라리아에 33번이나 걸리고자식을 모두 아마존에서 잃었다. 그의 벌목 노하우는 그 누구도 따를 수없어땅주인에게 나무의 가치는 물론 도로계획까지 일러준다. 이같은 명성은 해외에도 알려져 아프리카 브룬디정부가 벌목원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다.그러나 그는 나무 중에도 리더나무가 있고 멋있는 리더나무를 벨 때는 기가 막힌다는 말을 하고 앞으로 언젠가 나무를 한번 심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츠크루이댐 조성을 위한 벌목에 그가 동원한 인부는 2백20개의 나무절단기를 가진 4백85명. 이들 4백85명의 파괴자들은 1백54일만에 달성군을 제외한대구면적의 5배에 이르는 우림을 자르는 괴력을 발휘했다.

벌목 후 댐을 막아 물을 채우면 그때부터 잡목이 썩어 들어간다. 리오연방대 공과대학원 루이스 핑겔리학장(52)은 "마나우스 동북쪽 바오비나 댐은썩는 나무에서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메탄등 가스가 주위의 나무를 말리고 있다" 며 "일반적으로 수력발전소는 화력발전소보다 환경오염이 적으나 바오비나댐은 예외" 라고 지적했다.UN기후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그러나 츠크루이댐은 아마존의 개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변했다.댐에 고인 물에서는 예전에 보지못하던 잠자리 크기만한 모기가 생겨나고삐라루꾸 같은 고기가 급증하는등 생태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츠크루이에는 깨보베르지모기에 물려 생명을 잃은 사람들도 있다. 또 츠크루이댐 밑에 삐라루꾸가급격히 늘어나 어부들이 감전이나 익사를 무릅쓰고고기를 잡는 바람에 댐관리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평화롭던 아마존 사람들의 삶이 공사로 파괴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악영향이다.

츠크루이댐 공사도 아마존 원주민들의 집단 반발을 샀다. 가옥이 침수되고농경지를 댐물에 뺏기게 되자 인디언들은 너도나도 데모에 나섰다.댐공사 인부들이 한적한 츠크루이에 몰려와 성문란등 풍속을 저해하고 음주와 총싸움을 하는 바람에 인심이 흉흉해졌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던원주민들이 이것을 참아내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권력과 문명을이길 수는 없었다. 정부는 초기에는 이들 미개인들의 저항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않다 상황이 심상치않자 이주대책을 내놓았다. 빠라카나 마을의 경우올초에야 5백여명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 길고 긴 데모를 끝내기도했다.

마침 츠크루이댐 취재를 온 브라질방송국(SBT) 줄리아니 산토스리포터는"댐건설로 도시에 살던 사람이 몰려와 마을 사람들의 습관을 바꿔놓은 것이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택시기사 프란시스코의 차를 타고 도착한 츠크루이댐에는 수백개의 섬이떠 있었다. 댐이 만든 섬이다. 그 섬 속에는 아직 삶의 터전을 버릴 수 없어츠크루이와 왕래를 끊은채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과거에 살던 방식대로살아가는 원주민들이 있다.

츠크루이댐에는 댐바닥에서 자른 원목이 떠있고 이를 가공하는 제재소가줄을 잇고 있다. 벌목왕이 미처 자르지 못한 나무로 수백km 떨어진 밀림 속에서 잘라오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란게 제재소 인부들의 설명이다. 츠크루이 인근에는 쓸만한 나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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