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12·12 담화 의미

김영삼대통령은 12·12 16주년을 맞은 특별담화를 통해 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과 5·18 특별법 제정과 전두환전대통령의 구속수감 등 최근의 시국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이날 담화는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으나 '제2 건국'이라는 신념으로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고있어 5·18 특별법제정과 정치권 사정 등 여권의 '역사정리' 작업이 일사분란하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담화는 정국수습을 위한 특별한 복안을 담고 있거나 현시국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으나,지난 10월 29일노씨 비자금 사건이 터진 후 통치권자로서 최초로 현 시국상황에 대한 인식을 밝혔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는 것은 12·12 쿠데타 16주년에 즈음하여 국민들에게 현시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따른 것"이라는 윤여준청와대대변인의 말이 이를 말해준다.따라서 이날 담화 내용은 국민들에게 자신이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던 말을 바꾸어 5·18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와 이해를 당부하는 내용과 쿠데타 세력의 부도덕성을 규탄하는 내용이 주조를 이루었다.

김대통령은 또 자신의 결정이 결코 정치적 필요성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기' 라는 대의를 위해 내린 결단임을 강조했다.김대통령은 우선 "대통령에 취임한 후 대화합을 이루어 국가발전에 필요한국민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지난 시대의 잘못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화합의큰 그릇 속에 포용하고자 했다"고 지적, "여기에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들이 당연히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하고 용서를 비는 반성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고 밝히고 "그러나,이러한 국민의 기대는 물거품이되었다"고 특별법제정 추진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부정축재는 온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대외적으로 국가의 위신을 크게 손상시켰다"며 "우리는 국민과 역사를 욕되게 한 이같은 작태를 더 이상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묵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전직 대통령의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통하여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배반한 이 엄청난 범죄의 뿌리가 12·12와 5·17,5·18에 이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최근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전직대통령의권력형 부정부패가 군사 쿠데타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 "자랑스러운 21세기신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그리고 민족정기를 확립하기 위해서도 우리는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의 당위성을 강조했다.그는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5·18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줄것을 충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히고 "특별법을 통해 12·12와 5·18을깨끗이 청산해야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국토방위에 헌신해 온 우리군의 명예도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고 강조,일부 '특별법 무용론'과 '위헌시비'를 무릅쓰고 특별법 제정을 강행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이날 담화는 전-노등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와 정치권 사정방향 등 향후 정국향배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가 될것으로 보이며,12·12와 5·17의 책임자들을 처단해야 한다는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의 공식표명이자,특별법제정에 반대하는 보수정치권에 대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져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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