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청정수질을 자랑하던 경북동해안에 지난가을 사상처음 대규모 유독성적조가 엄습, 무방비상태의 연안어업을 초토화시키면서 한순간에 동해안을죽음의 바다로 변모시켜버렸다.남해안에서 발생해 조류를 타고 지난 9월21일 경북지역해안으로 확산된 유독성 적조 '코크로디늄'은 완전 소멸된 10월18일까지 28일간 동해안전체를적조공포로 몰아넣으면서 넙치, 방어등 7종의 양식어류 3백69만마리를 폐사시켰다.
경북도 공식집계로만 1백8개소의 양식장에서 1백64억3천만원의 피해를 입은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민들은 피해액이 2백20억원을 훨씬 넘을뿐 아니라 연안 자연산 어자원을 포함하면 피해는 공식집계의 수십배에 이를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먼동네 남해바다 이야기로만 여겼던 적조가 경북동해안에까지 확산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난80년대 후반부터 남해안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적조는통상 동해안까지 거슬러 올라오지않고 발생과 소멸을 되풀이해왔다.그러나 금년은 이같은 방심을 뚫고 적조는 경북동해안을 지나 강원도 앞바다까지 북상했다. 이와관련 수산관계전문가들은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던 동해바다가 내륙의 생활오수, 산업폐수의 대량유입으로 급격히 오염, 자정능력이 한계에 달한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있다.
건강한 사람은 독감바이러스에노출돼도 이환되지않지만 체력이 떨어지는사람은 쉽게 감기에 걸리는 이치와 같다는것. 적조 플랑크톤을 담은 남해안의 조류가 매년 동해안까지 밀려왔지만 자정력이 있었기 때문에 구체적 적조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조그만 외부자극에도 견디지못하고 '적조'라는 구체적 징후가 나타날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재해가 그렇듯 이번적조도 아무런 예고없이 찾아온것은 아니다. 그 첫번째 징후는 본격 유독성적조가 엄습하기 석달반전인 지난 6월10일경주시양남면죽전리-감포읍전촌리에 나타난 무독성 적조. 이 적조는 다음날소멸돼 별다른 관심을 끌지못했다. 그러나 두번째 징후는 달랐다. 두달뒤인8월12일 감포읍전촌리에서 시작돼 경주근처 전해역으로 확산된 붉은띠의 적조는 3일간 계속되면서 일대 어민들이 평생에 처음보는 바다의 변화라고 두려워할 정도의 대규모였다. 이역시 색깔만 붉을뿐 무독성 플랑크톤인 야광충이어서 별다른 피해없이 지나갔다.
어민들은 이때 이미 유독성적조 발생 가능성이 농후했는데도 수산당국이이같은 자연의 '경고'를 무시한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하고있다. 또 유독성적조발생 즉시 헬기와 감시선을 띄워 적조현황을 정밀파악, 대책을 마련하지않은 안이한 대응자세도 피해확산의 큰원인이라고 지적하고있다.이번 유독성 적조는 지난9월말 뒤늦은 항공관측결과 경북지역 전해안을 폭3~5㎞의 띠로 뒤덮을 정도의 세력임이 확인됐다. 특히 포항시 월포, 청하및영덕해안의 경우 폭20㎞에 이르는 적조가 검붉은 색을 띤채 대번식을 하는것이 관측됐으나 이미 피해는 입을대로 입은뒤라 별다른 관측성과를 거두지못했다.
이와함께 적조발생이후 동해안일부지역에서는 갈매기가 사라지고 연해서식 어류의 먼바다 이동과 자연산 해조류, 패류의 대량 폐사징후가 나타나는등 결과를 가늠조차 할수없는 해양생태계 연쇄변화의 조짐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것이 아니라는데 이번사태의 심각성이있다. 이번적조는 수온이 섭씨 17도이하로 내려간 지난10월18일 소멸됐다.그러나 적조플랑크톤 '코크로디늄'은 수온이 떨어지는 늦가을이후에도 포자가 해저뻘에 잠복, 내년여름 수온이 높아지면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즉 남해쪽에서만 발생하던 적조가 이제는 동해에 고착화돼 매년 되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수없다는 점이다.
"이제 동해바다도 끝장났습니다"라는 한어민의 탄식처럼 동해안 양식업계에는 절망감만이 가득하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적조가 밀어닥칠지 모르기때문이다.
양식어업 즉 기르는 어업은 농업으로 비유하면 비닐하우스 특작과 같이 안정적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근대화된 어업이다. 그러나 적조를 피할수없다면양식업은 지탱해나갈수없다.
한시가 급한데도 양식업을 권장해온 수산당국은 "적조가 닥치면 방법이 없다"는 말뿐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못하고있다.
적조 전문연구소가 전국에 단한곳도 없다는 사실이 당국의 무신경을 말해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현재 적조 연구와 경보발령등은 국립수산진흥원에서하고있다.그러나 진흥원산하 동해수산연구소 손무익연구관은 "현재의 인원과장비는 솔직히 원시적 수준을 벗어나지못하고있다"며 정부나 관련 지자체의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일본등 우리보다 오염원이 훨씬 많은 나라들도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오히려 적다며 재벌기업등이 출연하는 민간연구소설립등 해양정책자체를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인물질을 육지에서 내려보내지않아야 한다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한과제. 해양관계자들은 내륙의 대규모 하수종말처리장만 건설할것이 아니고 바다로 유입되는 모든 하구에 소규모 처리장을 서둘러 건설, 해양오염을 근원적으로 막을수있는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하고있다. 〈지국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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