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엄마일기-합창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가톨릭 종교음악연구소의 성(성)음악 발표회를 얼마전에 가졌다. 유난히 불신과 부조화로 혼란스러웠던 올해였기에 우린 더욱열심히 모여 시간과 마음과 목소리를 모아 좀 더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기위해 땀을 흘렸다.훌륭한 발표회도 물론 중요한 목적이겠지만 우린 그 연습과정을 더 사랑했다. 독창보다 합창을 더 좋아하는 것은 바로 각기 다른 음색과 성량을 다듬어 모나지 않고 드러나지 않게 서로 절제하고 조절하여 한 목소리처럼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개성과 인격체들이 모인 우리사회에서 모두가 제 목소리만을 크게 내려한다면 얼마나 소란스럽고 무질서하며 불행해질까. 서로 다른 높낮이와 음색의 목소리들이 조화를 위해 자신을 낮추고 겸손히 남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남과 더불어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합창연습 과정은 마치 우리인생의 한 단면을 연상케한다.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사회라는 이름의 이 거대 합창단에 소속된 단원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싶다.다가오는 병자년 새해엔 우리모두가 나보다 먼저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고 묵묵하게 자기자리를 지켜나가기를 기원해본다. 아름답고 웅장한 합창 선율이 사람들의 가슴을 따스한 감동으로 적셔주듯, 진정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신뢰하는 사회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대구시 동구 지저동 870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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