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도시의 푸른나무 아우라지의 희망

"시우야, 집 밖에 나가지 마" 할머니가 마당으로 나선다. 할머니가 경주씨에게 말한다."처녀요, 우리 시우 꼭 데리고 있어요"

"할머니, 어디 가시는데요?"

경주씨가 묻는다.

"볼 일이 있어서… 이장집에 다녀올께요"

할머니가 삽짝을 나선다. 할머니 쪽을 돌아보던 경주씨가 내게 말한다."시우씨, 저 달봐요.달이 저렇게 밝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줄 몰랐어요"나는 달을 본다. 높은 산위에 덩실 떠있다. 달 속에 얼룩이 있다. 계수나무가 섰고 토끼가 방아 찧는 모양이라고 시애가 말했다. 자세히 보면 달의얼굴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시애가 보고 싶다.

"산이 높기도 하네. 시우씨, 내일 저산 중턱까지만 올라가봐요. 낮에 단풍이 너무 고왔잖아요"

"저 산요? 상원산이예요. 중턱에 옥갑사 절이 있어요"

산은 송천 건너에 있다. 달빛 아래 옥갑산봉과 상원산 능선이 뚜렷하다.웅장한 산이 푸른 하늘을 찌를 듯하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그 산에 올라가보았다. 산마루에서 동쪽을 보면아득히 멀리 푸른 바다가 눈에 잡혔다. "상원산이 이 지방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야. 일천사백 미터가 넘지. 동으로난 저 오솔길이 진달래능선 길이야. 오월이면 능선이 붉도록 진달래꽃이 피지. 내년 봄에 한번 올라오자구나. 저 능선을 빠져 나가면 진부로 가는 길이나오고, 구절리에 도착돼. 거기서 기차를 타고 여량으로 내려오면 되지" 아버지가 말했다. 이듬해 봄, 아버지는 풀밭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삽짝으로 도담댁이 들어선다. 소반에 무언가를 담아 온다.

"그렇게 나란히 앉았으니 꼭 신랑 각시 같네. 군불 때나봐" 도담댁이 말한다. "북실댁은 방에서 뭘해요?"

"할머닌 이장님댁에 가셨는데요"

경주씨가 말한다.

"시우왔다고 오늘 저녁 여기 죄 모이기로 했는데…"

도담댁이 소반을 마루에다 내려놓곤 삽짝을 나선다. 할머니를 데려오겠다는 것이다.

"시우씨, 우릴 보고 신랑 각시 같데요"

나는 부끄러워 대답을 못한다. 삭정이만 분질러 아궁이에 던져 넣는다. 잠시 뒤다. 고샅길에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도담댁이 삽짝으로 들어선다."시우야, 할머니가 또 실성증을 보여. 이장과 얘기를 하다 갑자기 횡설수설을 하지 뭐여"

나는 벌떡 일어선다. 함께 가자며 경주씨가 따라온다. 나는 이장댁으로 뛰어간다. 이장댁 안방으로 달려 들어간다. 방안에 똥내음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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