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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세월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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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가온 연말 앞에 섰다. 새해가 되어 열심히 잘 살아 보아야겠다고다짐하며 봄의 찬란함을 맞이하던 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무성했던 산들은 벌써 옷을 벗은 채 저만치 멀리 서 있는 겨울의 한 가운데 와 있고 이제는 이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십대의 세월은 기어서 가고, 이십대의 세월은걸어서 가며, 삼십대의 세월은 달려서 가고, 사십대의 세월은 날아서 간다고하더니, 나이를먹어감에 따라 세월 가는 느낌도 다르기만 하다. 십대에는나도 언제 성인이 되나 하고 나이 먹기를 기다렸었는데 이제 사십대 중반이되니 세월가는 느낌이 바람 지나가는 소리처럼 빠르게만 느껴진다.승가대학에서 경학을 공부할 때 나에게 영향을주신 많은 선각자 가운데영축산 통도사 극람암의경봉(경봉)노스님이 계셨다. 갈등과 번민을 가지고찾아가면 노스님 특유의 호탕하게 웃으시며 '이 사람아 사바세계는 무대이고너희들은 배우이다. 인생은 연극 아닌가? 이왕이면 주인공을 하고 멋지게 웃는 연극을 하거라. 인생을 살면 얼마를 사느냐? 백년을 산다해도 날로 쳐서삼만 육천 오백 일밖에 더 되느냐? 어서 공부하여 마음을 밝혀 대장부의 삶을 살거라'라고 일러주셨다. 스님을 뵙고 울창한 송림사 이 길을 내려오면얼마나 가슴이 시원하던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그렇다. 인생이란 백년을 다 산다해도 삼만 육천 오백 일에 지나지 않는다. 요즈음과 같이 몇 천억의 금전 단위가 횡행하는 사회에 삼만 육천 오백이란 숫자는 너무나 작은 숫자인것 같다. 벽에다 동그라미 삼만 육천 오백개를 그려놓고 하루에 한 개씩을 지우고 나면 죽어야한다. 그것도 다 지우고죽는 자는 아주 드물다.

오십이 되면 한해 지나면 늙었다 하고, 육십이되면 한달 지나면 늙는다하고, 칠십이 되면 하루하루 늙는다 한다. 늙으면 수행할 수 없고 부서진 수레는 달릴 수 없다.

〈한국화가·보문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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