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안쓰는 선거 정말 될까요"

"정치新人들이 본 總選판"

15대총선에는 전례없이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들은 낮은 지명도, 낯선정치현실,서툰선거방법이라는 높은벽과 부딪치며 고투하고 있다. 이번총선에 첫선을 보인 젊은 정치초년생들이 느낀 애로점과 새로운 도전모습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정치와 선거환경의 현주소도 함께 반사시켜본다.우선 이들의 공통애로는 지명도다. 유력정당후보들은 그래도 나은편에 속한다. 무소속은 가슴이더 답답하다. 게다가 이상한(?) 선거법때문에 활동마저 제약받고 있다. 이들 정치신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니뭐니해도 조직을 통한 돈선거여부다. 임철씨(대구중구.무소속)는 경험도 없이 선거판에 뛰어들다 보니 이대목을 놓고 현실과이상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있다. 정종복씨(경주갑.자민련)도 법정선거비용제한액이 과연 현실에 맞는지, 뒤집어 얘기해서 돈없는 사람도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많다. 위현복씨(대구동갑, 무당파)는 선거판에 들어와보니현역의원의 거대한 조직에 기가 질렸다.

이들에게는 그래서 선거브로커및 향응요구가 가장 골치가 아프다. 전에비해 그수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사라지지않고 있다. 이들은 지역내에 산재한 수십명단위의 친목모임이 그렇게 많은데 놀랐고 또 이들중에서 자신에게 뭔가를 요구하는데 두번 놀랐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ㅈ씨는 솔직히 향응을 제공하기도 싫고 실제로 접대할 돈도 없다고 목청을 돋우었다. 그럴바에야 10년 20년후에 출마하지라며 거절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위축감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임철씨는 찾아오는 사람중에서 누가 도움을 줄수있는지 정치초년생으로 구분도안되고 불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대처도 여간 힘든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철우씨(대구달서을, 신한국당)도 난처한 경우를 자주 겪는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보고 그렇게하라고 하면 보상을 바라기때문이다. 그는 엄청난 조직선거 때문에돈선거의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자체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사무실에 오는 브로커들은 대개 도움도 되지 않는 동네한량들이라고 판단하고 그래서 득표력있는소수정예팀을 구성키로 하는 모험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정치신인들의 한결같은 다짐은 돈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정치신인들은 보통 돈보다는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정면승부를 걸고 있다.

또 정치초년생들은 대중접촉이 아직은 서투르다. 정종복씨도 사람을 만나서 이해시키는게 그렇게 힘들수 없단다. 시간은 짧고 만날 사람은 엄청나고 노력에비해 성과는 작고 그래서 초조해진다. 아직은 순수하기 때문에 대중을 사로잡지 못한다.

여당출신이 아닌경우 대개는 인사를 하러다니면 우선 당선보다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연습삼아 나온게 아니냐는 황당한 얘기들을 많이 듣는다.

무소속의 임철씨는 지역에서 당선되면 신한국당에 들어가는게 아니냐 는 질문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종복씨는 출마지가 보수성이 강한경주라서 그런지아직도 강한 씨족관념에 당황하고 있다.

이들 정치초년생들의 공통점중의 하나는 강한 체력이다. 새벽5시반경부터 밤12시까지 강행군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요즘 하루 접촉사람수가 윤해수씨(포항북,신한국당)와 임철씨는 5백여명, 그리고 일부후보자는 1천5백여명이나 2천여명정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지런히다녀도 전체유권자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숫자다. 윤씨는 생각같아서는 더 많이 접촉하고 싶지만 뜻대로 안되는 모양이다. 이들중에는 사람 만나는게 재미가 있다는 이도 있다. 신한국당전국최연소후보자인 이철우씨(35)는 아직 어린탓(?)인지 악수를 하면 본인이냐고 호감을 갖고 반기는 통에 신바람이 난다. 물론잠시의 악수만으로 표가 되리라 생각하는 이들은 별로 없지만 몸으로 때우는게 최상책이다. 조직만 떠올리면 우울해지는 정치신인들은 사람 만나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다만 다중운집지역에서 무작정악수를 청할때 별다른 관심을 주지않는 경우가 많아 힘이 빠진다.그래도 이들이 이 삭막하고 두려운 정치판에서겨우 기대하고 있는 한줄기 빛은 국민들사이에 퍼진 기존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라고 이구동성이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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