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화려해진 민박

학생들과 스케치 여행을 떠나 완연한 봄기운을 함께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도시속의 일상을 떠나 자연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숙식은 요즘 대부분의 시골에 민박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마을안에 여장을 풀게 되었는데, 둘러보니 많은 집들이 자신들의 생활 터전속에 하숙 과 같은 개념처럼 민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런데 민박 이라는 것이 그 마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이지만 우리처럼 많은 인원들이 함께 투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몇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우리가 일상을 떠난다는 명목하에 그들의 주거 환경속에 침입하여 있다는 느낌을 받기때문이다. 예를들어 예전에는 마을의 어른이 계시면 발소리도 죽여 조심스레 다녔는데, 하물며 마을 한복판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고성방가 한다면 아무리 그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또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했으니 그 시간 그 장소는 나의 것이라는 생각을가진다 해도 이것은 역시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이 나의 이 생각에 대해 그렇다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소극적이나마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고 싶다.

자연을 맛볼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쪽은 대형여관급 빌딩을 마을 끝에 단장하여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미안한 느낌을 가지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었으면 하고, 여행자들은 오랜만의 주어진 이 일상의 탈출을 단지 방에 앉아 밤새도록 술로 지새우는 일로 전락시키지 말고 자연속에 동화하는 기회로 여겼으면 좋겠다.

〈한국화가 장상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