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부고속철 경주통과 노선 결정 지연

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 노선을 둘러싸고 부처간의 대립과 거듭된 결정 지연을 지켜본 시민들은과연 정부가 경주의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정책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의구심을 품는다.

경부고속철도 추진위원회는 지난 90년 6월초 대구에서 부산으로 직행하게 돼있던 노선을 슬며시경주쪽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했다. 노선변경에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은데다 포항 울산등 환동해 공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동남권의 인구가 2백만명대에 육박한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 등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았다.이후에도 건교부는 지난 92년 경주시내를 통과하는 형산강 노선을 확정지으면서 문화체육부와 문화계 종교계 등의 의견수렴에는 미온적으로 대처, 결국 혈세 낭비를 초래했고, 월드컵 아시안게임등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기 전에 고속전철을 개통하기는 불가능하게 됐다. 당시에도 문화계 일각에서는 문화재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경주의 풍치와 문화재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이유로 형산강 노선을 반대했다. 그러나 건교부는 문화계의 지적을 무시하고 2002년 아시안게임개최이전에 경부고속철도 전구간을 개통시킨다는 목표에만 집착, 건설사업을 강행했다.이에 문화재위원회는 93년 6월 경주통과노선을 경주를 우회하는 건천노선으로 변경해줄 것을 건의했고, 문체부도 이듬해 건천노선 채택을 공식요청했다. 그런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한 건교부는 지난해 6월 문체부에 노선변경 불가를 통보하고, 문체부는 이에 맞서 문화재 발굴허가를 취소했으며 전국 고고학계는 도심통과 노선 채택시 발굴불응을 천명하는 사태에 이르렀다.결국 건교부의 무리한 사업추진에도 문체부는 조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총리실과 청와대조차 문화계와 종교계의 도심통과 결사 반대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정하지 않은 것이 90년6월경주통과 를 결정한지 6년만에 경주우회 통과 라는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지난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여 공시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이를 무시했고, 다시 상반기까지 최종결정안을 발표하기로 약속하더니 또 실천하지 않았고, 지금와서 또다시 6개월 뒤에 노선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것은 정부의 무사안일을 백일하에 드러낸것 이라고 경주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터뜨린다.

건교부나 문체부, 총리실과 청와대 등이 탁상공론 대신 전문가 조언을 구하고 이견을 조율하는의지를 보였더라면 수년간의 논란끝에 다시 출발점에 서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었을 것 이라는경북산업대 金載錫교수(경주발전연구소장)는 이미 총리실 주재로 건교부 문체부 합동조사반이 현지조사를 거치고도 구체적인 노선을 긋지못하고 경주우회 만을 확인한 것은 정책부재에 다름아니다고 못박는다.

6개월뒤에 정확한 노선을 긋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믿습니까. 총리실의 약속까지 손바닥 뒤집듯번복되지 않았습니까. 6개월 뒤면 연말이고, 문민정부의 집권하반기에다 대선정국과 연결돼 경부고속철이 또다시 정치쟁점화, 무산될 우려마저 높습니다. 특히 건교부에서 역사부지로 선정한 월산리는 경주구간의 맨끄트머리인데다 울산과 불과 2㎞밖에 떨어져있지 않아 경주권과 울산권의싸움으로 번질 우려마저 없지 않고 그렇게 되면 경주통과가 무산될지도 모릅니다 는 경주시민들은 최근 수년간 고속철도 노선문제로 시민정서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방관한 정부의 정책다짐을믿지못하겠다고 성토하면 조만간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밝힌다.

경주의 풍치를 보존하고 주민들의 개발욕구를 수렴하려면 월산리 역사는 재고돼야한다 는 金교수는 고속철도 구간 결정권을 쥐고 있는 건교부가 형산강노선의 백지화에 따른 공기지연, 추가비용 부담을 거론하기전에 관계부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고속철도 경주구간 정상개통 추진기획단을 구성, 하루빨리 노선을 확정짓고 환경영향평가.토지보상.문화재 발굴.실시설계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원래 공정에서 큰 차질없이 고속철도를 완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주경실련 도시계획분과위원장 姜泰昊교수(동국대)는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유치에 맞춰 고속철도가 경부선철로를 이용할 경우 개통초기에 10여분마다 한대씩 달리지만 최고 많을 때는 4~5분마다 한대씩 통과하게 돼있어 새마을호등 기존 여객 열차나 화물차는 경부선을 전혀 활용할 수 없을 것 이라고 우려하며 고속전철을 새마을열차처럼 달리게 하는데 3천5백억원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을 편다. 대구-부산간 경부선철로에는 새마을호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하루에 편도 1백10회 운행하고 있고, 경부고속철도는 편도 2백18회나 운행될 예정이어서 고속철도가 경부선을 이용할 경우 또다른 대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책임 무소신의 행정추진이 엄청난 국고손실과 여론분열을 빚었다 는 경주시민들은 두번다시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3안에 대한 기술적 심사에 즉각 착수해야하며 경주외곽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경주도심의 숨통을 틔워주고 경주고도의 복원과 보존을 이룰 수 있어야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崔美和.曺永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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