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옐친 앞으로의 과제

"소외된 계층 보호하고 끌어안기"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재선에 무난히 성공했다 는 외면적인 평가와는 달리 이번 선거과정에서 한바탕 혼쭐이 난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16일 치러진 1차선거에서는 당초의 호언대로 과반수득표에 성공하기는 커녕, 공산당 경쟁자인 주가노프에 비해 불과 3%%포인트 리드라는 체면유지에 만족해야 했다.

상처난 국민의 자존심 과 많은 실업자를 양산한 경제개혁의 부작용 이라는 두가지의 敵이 공산당의 부활에 막강한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

그결과 대외유화적인 인물들은 자리를 내주고 레베드라는 인물로 상징되는 민족주의자가 그자리를 차지하게 됐으며 경제정책의 총수인 올레그 소스코베츠 제1부총리도 뒷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제 한차례 파도가 지나간 시점에서 옐친이 내디딜 첫걸음은 어쩔 수 없이 선거과정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과제를 매듭짓는 일 뿐이라고 판단하는 게 순리인 듯하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시장경제체제 전환과정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생활무능력자들과 연금생활자를 보호하고 끌어안는 과제가 최우선 목표로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옐친 스스로도 이야기했듯이 국가전체를 赤과 白으로 갈라놓은 이들 소외자들을 구스르지 않는한 내정의 안정은 요원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산당이 비록 대선고지 점령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국회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될 수 없는 대목이다.아직까지 선거운동과는 별도로 옐친진영과 주가노프진영사이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는지는 단정할수 없지만 적어도 제 2기 내각에 민족주의자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띤 온건 공산주의자가 포함될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대내적인 변화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외정책에도 투영될 수 밖에 없다. 그중 주목되는 것은알렉산드르 레베드로 대변되는 민족주의자의 입김이 거세졌다는 사실이다.

레베드는 2차선거직전 외국인의 출입국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 는 전형적인 국수주의적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는 물론 개혁에 대한 贊反과는 관계없이 러시아국민들 모두에게 민족주의자 로 투영되고 있는 자신을 부각하려는 정치적 제스처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실제로 향후 그의노선을 암시하는 한 단초라고 보아야 한다는게 일반론이다.

여기에 새로 임명될 국방장관과 국가보안국(FSB)국장이 민족주의 색채를 지닌 인물이라면 국제무대에서 나타날 러시아의 모습은 종전보다 까다롭고 협상하기 어려운 대국 이 될 수 밖에 없을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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