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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 터득한 취미중의 하나가 호박 키우기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호박열매 자라는 걸보는 재미가 유일한 낙이요 취미활동이다. 벌써 삼년째 짓는 호박농사(?)라 이번엔 인분까지 구덩이에 미리 넣고 퇴비와 함께 흙을 덮어 두었다가 호박씨를 한 백개쯤 파종했다. 쭉정이라고 버린씨앗까지 싹이 돋아 구덩이마다 오만상호박투성이었다. 잘 지어 보려고 별렀는데 전시일정에 쫓겨 솎아주지 못해 이젠 덩굴이 얽히고 설켜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다. 덩굴들이 돌담을 타거나 땅바닥을 기기 시작한다. 배나무가지에 지지를 한 줄기가 하늘을 기웃하고 빨간줄에 매달려재래식 변소 지붕위로도 올라간다. 수꽃이 아침마다 줄줄이 피어 인사하고 암꽃도 새끼호박을 달고서 얼굴을 내민다. 제멋대로 흙속에 뿌리를 박고서 제 갈길을 가는 것 같다.식물은 동물보다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다고들 한다. 될성부른 건 최선을 다해 키우고 그렇지 못한 것은 과감하게 영양 공급을 중단시켜 아사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살아 남기 위해 막연하게 세월을 보내지 않겠다는 무슨 신념같은 게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식물 키우기를 좋아한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호박인 것 같아서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수확도 많아 나름대로 정성을 쏟는 셈이다.

소위 작품 활동이라는 것도 식물처럼 주어진 토양에 뿌리를 박고 숨쉬며 열매를 키우고 또 살아남으려고 한다. 모진 풍파와 시련을 겪으면서 말이다. 올 가을엔 누런 호박이 많이 열리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덩어리씩 선물로 주고 싶다.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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