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의 연극 '햄릿'

신명적 광기와 시적 움직임 사이의 경계,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의 경계, 고전과 현대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 등 이러한 많은 경계점들 사이에 위치시킬 수 있는 최근의 연극을 찾는다면 연희단 거리패의 햄릿 (9월7~8일/경북대 대강당)을 추천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이미 산씻김의 공연에서 보여진 광기와 신체 언어에 대한 문제, 오구 와 같은 작품에서 보여진 삶과 죽음의불명확한 경계들, 맥베드 에서 보여진 서양과 동양,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적인 것과의 접함문제 등 그동안 이들의 작업들에서 보여지던 특성들을 대부분 관찰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희단거리패의 10년 결산 무대인 이번 공연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미 세계적으로 수없이 공연된 바 있는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이 다른 여타의 햄릿 공연들에 비해 특색있게 보인 점은 우리의 고분 천마총속으로 무대 배경이 옮겨졌다는 점과 인물들의 상호관계 또는 극 진행의 기초를 접신(接神)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점일 것이다. 이 접신의 문제때문에 산자의 영혼 속에 죽은자의 영혼이 들어오고, 무대상에서 산자와 죽은자의 대화가 가능하다. 또한 다른 어떤 작품에서보다 호레이쇼(정동숙 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세력으로서, 극의 관찰자로서 그리고 햄릿 이라는 한판의 굿을 이끌어 가는 큰 무당으로서의 그의 존재는 연희단 거리패만의 독창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물론이러한 과정들은 주체적 해석 없는 모방적 단계의 번역극에서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에 대한 연출가 나름의 해답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해답을 내리기까지의 연희단 거리패나 이윤택이 쌓아온 독자적 영역은 분명 한국 연극의 중요한 재산으로 기록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그러나 그 소중한 결실들의 뒤편에는 한계적 상황이 존재하는 듯하다. 특히 연기적 측면에서 고정된 어법과 행위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연희단 거리패만의 회귀성과 독창성은 이들의 연극을 자주 접해온 관객이라면 이번 공연에서 새로움을 찾기란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다. 정동숙과같은 특정 배우의 고정된 성격의 남발, 굿과 악(樂)의 남용은 연희단 거리패의 미래의 작업에 있어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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