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도시 명암-

"'집짓기'보다 '쾌적한 주거환경'만들어야"

-사회=매일신문은 지난 10월2일부터 9회에 걸쳐 대구시내 주요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을 르포해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을 모시고 그 원인과 대책을 들어 보려 합니다.

▲김갑=신문에서는 신도시 라는 용어를 썼으나, 대구의 신도시 들은 본래 개념의 신도시 는 못됩니다. 이 분야는 김철수선생님이 전문가이시지요.

▲김철=신도시는 엄밀히 그 자체로 생업과 생활, 주거가 자족적인 새 도시를가리킵니다. 그렇게 보면 대구의 신도시는 신주택지 라 해야 더 가까울 것입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이런 것도 신도시의 일종이기는 합니다. 여기서도 그냥신도시라 부르며 얘기를 진행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사회=대구 신도시들이 왜 이렇게 문제 있게 개발됐습니까.

▲김갑=아마도 주택 2백만호 개발이라는 도시계획 외적 요인 때문에 그렇게 됐을 겁니다. 이때문에 주택건설촉진법 등이 보다 상위법으로 부상해 도시계획법을 압도했습니다. 이것이 도시를 짜임새 있게 개발하려는 지방정부 의사를 무시하고 집짓기 우선으로 일을 벌였지요. 권국장님이 현장에 계시니 더 잘 아실겁니다.

▲권인=부인할 수 없습니다. 89년도에 2백만호 건설 계획이 제시된 뒤 인구 저밀도로 도시계획됐던 지구들이 고밀도 지역으로 바뀌어졌습니다. 아파트를 지어야 주택 양을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정책도 이제 와서 과(過)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다른 것도 쳐다 보이게 됐지만, 그때는 주택이 워낙 부족해 그것만이라도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던 것입니다.

▲김갑=도시문제는 발생 순서가 있다고 합니다. 먼저 인구가 몰리고, 다음은 주택이 모자라고, 그 다음은 주택밀집 때문에 교통이 문제 됩니다. 다음에 오는문제가 생활환경, 마지막 반갑잖은 손님이 인간소외이지요.

-사회=때문에 신문 르포서도 교통문제가 절반 가까운 분량을 차지했나 봅니다.▲김기=인구 주택 다음에 나타난 문제인 셈이군요. 주택을 이같이 집적화하면필연코 교통의 장거리화가 초래됩니다. 그 결과, 전에는 도심이 주로 교통혼잡지대였으나 이제는 외곽 신도시로 빠지는 방사선축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주거지와 생업, 학교 등이 유리(遊離)됐기 때문입니다.

▲김철=교통 다음엔 생활환경의 문제가 뒤따른다고 했습니다만, 대구 신도시들엔 특히 들어맞는 말씀입니다. 이들 신도시엔 개인자본에 의한 상업시설들은곧바로 따라 들어갑니다. 그러나 주민 안전과 편의를 위한 치안.소방.행정서비스등 공익시설은 지체현상이 심각합니다. 아파트 짓기에 치중하다 보니 주민 만남의 장이 돼 줄 공원시설 등은 더 부족합니다. 그래서 결국 도시문제 마지막단계인 인간소외로 이어지겠지요.

-사회=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교통문제 만큼이라도 해결돼야 주민들 불편이 개선되겠는데요.

▲권인=대책이 수립, 추진 중에 있습니다. 칠곡지구는 제2팔달로-4차순환선 등이 건설되면 일단 나아질 겁니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하철3호선도계획돼 있습니다. 성서지구는 시내로 이어지는 연결로 2개를 더 만들기 위해곧 공사가 시작됩니다. 구마고속도로 밑을 뚫고 길을 냅니다. 대곡지구 역시 4차순환선 건설이 정체 해소 역할을 많이 할 것이고, 내년이면 지하철 1호선이또 개통됩니다.

▲김갑=그렇더라도 지하철 2호선 공사가 시작되면 성서지구나 시지지구 등은다시 큰 혼잡에 빠질 겁니다. 보완도로들이 하루 빨리 완성돼야 그 난리를 피할 수 있을 겁니다.

▲김기=다른 대책도 필요합니다. 버스전용차로를 보다 잘 운용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버스를 타면 시내 나가는데는 최고 라는 인식을 갖게 만들어 줘야합니다. 조속히 버스 운용체계를 개편해 직통.장거리 노선과 마을버스 같은 지역순환형을 분리해 역할을 나눠 맡겨야 합니다. 자전거도로를 많이 만드는 것도 대책의 하나가 될 터입니다.

▲김갑=저는 없어진 아파트 단지별 셔틀버스를 제도적으로 인정해 되살리는 것이 신도시 교통난 해결에 큰 역할을 하리라 믿습니다. 이 마을버스가 제대로운행된다면, 엄청난 개인용 승용차 운행이 줄어들 것으로 봅니다.

-사회=교육시설 미비는 어떻게 극복할까요.

▲김철=신도시라 하더라도 초등학교는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다소 늦지만 새학교가 곧 마련됩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문제는 심각합니다. 시내 절반 이상의고교가 사립입니다. 이들을 신도시로 유치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이 필요합니다.-사회=신도시 건설이 이것으로 멈춘 것은 아닐 터입니다. 대구시는 20년 후엔인구가 3백2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지금보다 70만명이 또불어나는 것입니다. 단순계산할 때, 성서지구(15만)만한 신도시 5개 혹은 시지지구(5만)만한 도시 15개가 더 불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권국장님은 앞으로는 신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실 작정입니까.

▲권인=현풍을 30만 도시로 가꾸는 등 여러가지 주택지 개발계획이 제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파트 숲을 더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전원신도시 개발이 축이 될 겁니다.

▲김갑=아마 수성구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20년 후엔 인구가 줄어들 겁니다. 달성이 새 개발지가 되겠지요. 지금 같은 방식의 개발은 있어서도 안되고,있지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집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의 질이 더강조되는 또다른 시대가 됐습니다.

▲김철=제가 최근 조사한 바로도 시민들은 이제 자연경관과 조망 등을 주거지선택의 더 중요한 고려요소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내와의 연결교통 등을 가장 중시하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지요.

▲김갑=그러나 계획을 세워 만드는 신도시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냥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에 수천세대씩의 아파트를 업체 독자적으로 짓는 경우는문제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허가를 안 내 줄 수도 없고, 내주면 또다른무계획적 신도시가 돼 버려 인접 기존 주택지에까지 엄청난 피해를 줄 겁니다.▲권인=그런 곳이 문제입니다. 대구시에서는 상세계획 구역 지정 등 새로운도시계획 기법을 활용해 대처하려 하고 있습니다. 땅 주인이나 주택 건설업자에겐 싫은 소리가 되겠지만, 도시 전체를 위한다면 피할 수 없는 규제방안이 되리라 믿습니다.

▲김기=도시계획 이후에도 여러가지로 견제 장치들을 효율적으로 가동해야 합니다. 교통영향심의위원회, 건축심의위원회, 아파트입지심의위원회 등만 잘 운용해도 도심의 돌출 신도시 들에 많이 대응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사회=지금까지 여러문제들을 살펴 왔습니다. 왜 신도시 문제가 생겼는가에서시작해, 불거진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나아가 앞으로 신도시는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제 어떤 주거문화의 시대가 올 것인가, 그래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우리 대구시민 삶의 질이 더욱 향상될 것인가 등 의견을 듣는 것으로 좌담을 마칠까합니다.

▲김갑=인구 저밀도 생활환경을 지향해야 합니다. 저밀도가 어렵다면 적어도중밀도 정도는 달성해야 합니다. 아파트식 고밀도는 당장은 주택난 해결에 좋지만, 정서상으로도 문제를 낳을 것입니다.

▲김기=동감입니다. 수직적 도시 개발에서 벗어나 수평적 구도를 택해야 합니다.

▲권인=녹지 확보를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봅니다. 때문에 대구시는 낙동강변에 너비 50m의 경관녹지 를 설정했습니다.

▲김철=이제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개발할 것인가 가 아니라, 어디를 보전할것인가 입니다. 인구밀도에서도 고밀도와 저밀도를 적정하게 배치하는 구상이필요합니다. 도심은 어차피 고밀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내부밀도를 높이는 일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반면 전원주택들은 교외지역으로퍼져 나갈 것입니다. 이런 총체적 전망 아래 신도시를 만들어 가되, 전체적으로는 역시 에코폴리스 를 달성한다는 목표가 뚜렷해야 할 겁니다.

-사회=2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 너무도 진지하게 고견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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