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이혼소송이 벌어진 대구지법의 한 법정. 조모할아버지(85.경북 영천시)의 3대독자 손자 규호군(5)은 할머니 손을 잡고 법정에 왔다가 자신을 부르는 엄마를 모른체 했다. 옷을 잘입은 엄마가 예뻐보여 엄마에게 갈 마음도 있었지만 나를 버려 싫었어요
규호가 엄마를 싫어하게 된 것은 선천성 뇌종양을 앓던 아버지가 경북대병원에 입원해 첫 수술을받은 지난 6월12일 부터. 아버지가 수술에 들어가기 2시간전 엄마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날로규호는 엄마를 볼 수 없었다. 엄마가 아빠와 나를 버린 날 로 기억했다.
아빠는 그후 또 수술을 받고 지금은 반신불수의 몸으로 신경외과 중환자실에 누워 언제 죽을지모르는 처지. 이런 아버지를 상대로 엄마는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규호는 이혼 이란 말을 모른다. 엄마가 함께 살던 집의 전세금을 빼고 차를 팔아 돈을챙겼고, 떠나던 날 아버지 병실 사물함에 있던 동전까지 가져갔다는 것도 모른다.할머니가 아버지의 밀린 병원비와 3차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걱정하는 것도, 이혼소송에 지면 할머니 집까지 날릴 판이란 것도 규호는 알 수가 없다.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래? 라는 물음에 규호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지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돌아가시면…? 규호는 대답대신 할머니 손을 꼭 쥐었다. 행여 할머니도 없어질까 화장실까지 따라 다녔다.
규호 가족의 딱한 사정을 알게된 신경외과 중환자실 유정숙간호사(34)의 도움으로 무료변론을 맡을 김승규변호사를 알게돼 할머니는 오는 22일 이혼소송 3차공판의 변호사 수임료 걱정은 덜었다. 간호사들이 병원비 감면 탄원서를 낼 계획도 갖고있어 힘이 된다.
규호가 철이 든 뒤 이 일을 어떻게 알릴까 걱정이지 뭐. 그래도 간호사들 얘기는 해야겠제 할머니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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