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대통령 北잠수함사건 새 解法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9일간에 걸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동남아순방 일정을 총결산하면서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으로 경색된 남북대치 상황을 풀어나갈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김대통령은 27일오전 숙소인 콸라룸푸르 시내 힐튼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조찬을 겸한 간담회를갖고 북한이 4자회담에 나와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등의 조치를 취한다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현실적인' 방안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는 그간 한미 양국이 고위실무 선에서 진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는 했지만 김대통령이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직접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북한의 대응과 4자회담의 성사여부 등앞으로의 전개양상이 주목된다.

김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순방기간동안 미·일·중 한반도 주변 핵심국가 정상들을 비롯,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정상들과 개별 정상회담을 거치는 과정에서이같은 해법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쇄 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관련국의 변함없는 지지를 거듭 확인했으며 특히 지난 24일 마닐라에서 열린 빌 클린턴대통령과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빈틈없는 한미공조 체제를 통해 잠수함 사건을 풀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 잠수함 침투사건을푸는 구체적인 실마리가 '남북대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은 간담회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북한은 남북대화 없이는 경수로 건설도 식량문제 해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잠수함사건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풀고자해온 북한의 의도에 단호하게 쐐기를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클린턴대통령이 '한국정부와 협의 없이는 북한과 직접 대화를 갖는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확인한 대목과도 무관치 않다.

김대통령은 간담회 일문일답에서도 "남북대화라는 가장 중심적 역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4자회담도 남북대화를 성실히 하고 통일로 가기위한 하나의 길"이라고 말해남북대화가 '핵심고리'임을 지적했다.

결국 북한의 사과및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지않는한 4자회담도 경수로 지원도 있을 수 없다는정부의 종전입장을 변경, 4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지만, 이것 역시 우리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진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의 향후 태도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4일 한중정상회담에서 강택민중국국가주석이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에 충분한 이해를 표시하면서 '남북한간 직접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희망한 대목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어느정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 이같은 새 해법이 종전의 정부의 입장에서 후퇴해 미국측에 양보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는 하지만, 실상 그런 것이 아니며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할때 현실적으로도 양보할 사안이아니라는게 김대통령의 설명이다.

경수로 지원 문제와 관련, 김대통령은 재정부담과 기술자의 안전 확보문제등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수락할 수 있는 수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우리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현실적으로 이 사업이 원만히 추진되기 어렵다"다고 밝혔다.이는 북한당국의 성의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이 없는 한 국민정서등에 비추어 경수로 추진이 어렵다는 '현실론'을 강조한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경수로 지원은 물론 남북경협이완전 재개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쓰는 용어와 태도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아하고 어하고 다르다"고 밝힌 김대통령의 답변은 북한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고 형식만을 취할 경우 남북관계의진전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이 남북대치 상태의 근인(近因)인 잠수함 사건의 해결을 위해 새 해법을 제시한 것은 순방국들과의 경협강화등 경제외교의 성과와 더불어 이번 APEC정상회의및 동남아순방의 결실중의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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