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컬럼 세풍-좌절과 불해의 한해

한해를 보내는 소회(所懷)는 사람마다 가지각색일 것이다. 마음먹은 일이 제대로 풀려 인생의 보람을 느꼈던 사람이 있는가하면 불의의 사고와 사건으로 고생을 거듭하여 염세자살이라도 하고싶었던 사람, 일년 3백65일을 덤덤하고 평범하게 보낸 사람도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제아무리 국민의 생활이 나아졌다고 자랑해도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아진 사람도 있겠지만 살기가 더욱어려워진 사람도 있고 부도로 파산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해를 어떻게 보냈노라고 총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1년을 마무리 짓는 송년의 소감은 그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경기불황등 악재터널

그렇지만 올 한해를 결산하면서 신문과 방송이 앞다퉈 내놓는 국내외 10대뉴스와 현재의 우리의처지를 보면 우리 국민 대다수 영광보다는 좌절이 더욱 많았던 한해였다. 국내로는 계속되는 경기불황으로 인한 외채의 누증, 이로인한 기업의 감축과 감량경영에 따른 명예퇴직자의 양산,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각종 비리로 인한 사회 부패상의 노출, 한총련시위사태로 인한 대규모 학생들의구속사태, 동해안 무장공비침투사건, 북한의 식량난과 함께 김경호씨일가족 17명의 귀순과 더불어탈북러시. 국제적으로 며칠전에 일어난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소속 게릴라들의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 인질사건을 비롯, 종족분쟁으로 집단살육과 기아 질병이 만연한 부룬디·자이르사태, 애틀랜타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두고 일어난 TWA기 폭발사고로 탑승자 2백29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와 올림픽이 거행되던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사건, 영국을 진원지로한 광우병의 세계적인확산등 좌절과 희생뿐이었다.

국내외적으로 월드컵 한·일(韓·日)공동개최, OECD가입, 미국 클린턴대통령의 재집권등 일부 개인과 국가적인 영광도 있었지만 다른 개개인에게는 좌절과 희생, 또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덤덤한 한해일뿐이었다.

**새해를 기대하는 세모

불행한 한해를 보낸 개인에게는 악몽의 한해였을 것이며 이해가 하루라도 빨리 지나 새해에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성취와 승리의 쾌감-갈망하던 승진, 결혼, 자녀출산, 사업의 쾌속확장-을 겪었던 사람들은 신년에도 이런 경사가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올해를 영광의 해로기억해 둘것이다.

영광과 좌절이 인간사에서 교차하듯 한해를 넘기면 새해가 오고 새해에는 무언가 새로운 운명의활로가 열리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명예퇴직으로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명퇴자들에게도, 부도로 삶의 의지마저 버렸던 기업인들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좌절에서 벗어나 새로운희망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아간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듯이 좌절이지나면 영광이 찾아올 수 있다는 대자연의 순환법칙을 믿으면서 지난해의 앙금을 씻어 내는 것이한해를 보내는 인간의 마음이다.

**최선다해 열심히 살자

사람의 지혜가 아무리 발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다하더라도 자신의 장래를 예측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지혜롭게 살아도 불행은 언제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며 이를 거역할 수 있는 힘도인간에게는 없는 것이다.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행운도 자연은 인간에게 주지 않는다. 주어진 여건속에 열심히 살아가면 행·불행이 오기도 하며 가기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처지에 있더라도 마음속에 행복이 자리하면 이것이 곧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이 되는 것이다.암울했던 한해를 보내면서 새해는 좌절과 불행, 어려웠던 모든일들이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본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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