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 당선소감

생명을 일구어낼 찬연한 빛이 몹시도 그리웠습니다.

유난히 달빛이 맑고 바람도 차갑던 지난 겨울 밤, 생명이란 단어를 읊조리며 불을 지폈습니다. 묵은 노트장이 활활 타오르며 마음 갈피갈피마다에 수북이 재를 쌓아놓았습니다."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

그 분은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그 분의 침묵 앞에 한껏 무력해진 나는 차마 들이킬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쓴잔을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넓은 뜨락에 불꽃이 일렁이고 달빛 한자락이 가슴언저리를 고통스럽게 핥아댔습니다.

"빛을 내려주소서, 빛을 내려주소서"

마치 가위에 눌린 듯 신음조차 뱉지 못하던 나는 애틋하게 빛을 갈구했습니다. 발이 빠지더니 이윽고 목까지 빠져들 때 쯤, 구원처럼 한줄기 빛이 내렸습니다. 어렴풋이 생명의 약동이 시작되는가 싶더니 고통 속에 온전히 몸을 담군 후에는 그 힘찬 약동이 확연히 느껴졌습니다.언제나 말없이 지켜봐 준 가족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며 혹독한 사랑의 열병에 지치지 않게 힘이되어준 지도선생님들과 반월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 드립니다.

그리고 미숙한 글을 가능성으로 보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약력

△1957년 대구 출생.

△반월문학회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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