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은 반드시 입구에서 검문을 받아야 하는 마을이 있다.은퇴자들이 모여사는 노인의마을,이른바 '선시티'라는 곳이다.
국내에서 노인들의 마을을'은빛 마을'이란 의미의 '실버타운'이라고 부르는 데 비해 요즘 미국에서는 이를 '태양의 도시'라는 뜻으로 '선시티(Sun City)'라고 부른다.
미국 매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는 '로스무어 레저월드'라는 이름의 '선시티'가 있다.로스무어 레저월드 정문에는'특수경찰'이 문지기를 서고 있다.이곳에서는 노인이 아니면 일단출입자 검색을 받아야 한다.이 마을의 주민은 모두가 나이 60세를 넘은 은퇴자들이기 때문이다.
약2천1백세대의 가구에 약 4천명의 노인들이 모여사는 이곳 로스무어 레저월드는 하나의 거대한'노인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 마을 안에는 순찰차만 30대나 갖고 있는'특수경찰' 이란 이름의 자체 경찰조직이 운영되고 있다.또한 마을 거주 주민들만을 위해서 고혈압,당뇨,심장병,통증클리닉 등 노인성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이 들어서있고,자체 자동차 정비소가 있으며,미니밴들로 이뤄진 대중교통망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마을 중심부에 자리잡은 18홀 규모의 골프코스.노인 주민들은 각자의 차고에 승용차와 함께'자가용 골프 카트'를 갖고 있다.아침이면 노인들은 승용차 대신 골프카트를 몰고 너도나도 골프코스로 나서는 것이 이곳의 독특한 풍경이다.
또한 마을 입구에는 대규모 수퍼마킷과 함께 은행,세탁소,미장원 등을 두루 갖춘 쇼핑타운이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은 이곳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로스무어 레저월드의 총지배인 케빈 플레너리씨는 "이런 시설들은 편안하고 안전하며 쾌적하고즐거운 생활을 원하는 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오는 2050년이면 미국 인구 8명 가운데 1명은 나이 65세가 넘은 노인이 된다.21세기 중반이면노인 인구는 5명 가운데 1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노인 인구의 급증 추세는 이른바'베이비 붐'세대의 노령화에 따른 것.이들 베이비 붐 세대가 현역에서 은퇴하기 시작하면 노인문제는 미국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이들의은퇴는 21세기 초반인 2010년께부터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 시대'21세기에 대비해 미국 곳곳에는'노인들의 천국'을 건설하기 위한 대형 개발사업들이추진되고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텍사스주 조지타운시의'선시티 조지타운'이다.텍사스주의 주도 오스틴에서 3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약30분을 달리면 조지타운이라는 인구 2만명의 소도시가 나타난다.일찍이 서부개척시대에 철도역이 들어섰던 덕분에 지금도 도시중심부인 '타운 스퀘어' 주변에 유럽풍의 옛건축물들이 즐비한 고풍스런 도읍이다.지금 조지타운은 기차역이 들어선 이래 최대의 변화를 맞고 있다.도시 경계 안에 노인들의 도시'선시티 조지타운'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규모는 면적에서나 인구에서나 기존 조지타운의 도시규모를 압도한다.작년초 완공된'선시티조지타운'1단지에 새로 입주해 현재 거주하고 있는 노인들 인구는 약4백50명.그러나 오는 2015년까지 모두 5천3백에이커의 대지 위에'선시티 조지타운'이 완공되면 이곳에는4개의 골프코스와 10여개의 수영장,수십개의 테니스 코트가 들어서고 무려 9천5백세대에 1만8천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게 된다.
'선시티 조지타운' 단지 입구에는 모델하우스가 마련돼 지금도 끊임없이 제2단지와 제3단지에 대한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분양사무실의 한 여직원은 지금까지 분양계약을 맺은 입주예정자들의평균 연령이 약64세라고 귀띔한다.이어 그녀는 "모두가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선시티 조지타운'은 조지타운 시정부에 엄청난 세수입을 가져올 전망이다.'선시티 조지타운'이완공되면 이곳 시정부의 재산세 수입이 25% 가량 늘어나게 되고,여기에다 매년 2억7천만달러가량 소비세 수입이 새로 생겨나게 된다.
시정부로서는 이처럼 커다란 세수증대에도 불구하고 '선시티'와 관련된 세출증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주민들이 이미 현직에서 은퇴한 노인부부들이어서 자녀교육이 필요치 않고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를 우려도 별로 없다.
이처럼 '선시티'가 지방정부 살림을 살찌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각지의 카운티나 시정부들은 선시티를 유치하기 위한 '작전'을 펴고 있다.
뉴욕주 이타카시의 경우는 2천3백만달러 상당의 지방채를 발행해 노인거주단지를 짓고 있는 민간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해 준 바 있다.덕분에 이타카시는 매년 60만달러의 재산세를 새로 거둬들일 수 있게 됐으며,교육 수준이 높은 부유한 노인들이 대거 이곳으로 이주해왔다.버지니아주의 블랙스버그시도 경제개발전략의 하나로 작년 봄 은퇴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기획조정실은 은퇴자 거주단지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지역에 아예새로운 주소와 우편번호를 지정해 주었다.
주정부들도 노인 유인작전'에 팔을 걷어붙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하고 여름 휴양지가 많은 앨라배마, 아칸소, 미시시피, 노스 캐롤라이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등은 미국북부 추운 지방에서 은퇴한 노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이에반해 펜실베이니아주의 경우 노인들의 퇴거를 방지하기 위해 노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잡지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 배포함으로써 고향을 떠날 경우 그리워질 것이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눈물작전'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노인들의 대이동으로 예상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특히 노인 유권자의 증가로 지역현안이 철저히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미국 지역사회의 경우 지방예산의 분배와 관련한 정치적 성향이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에 대한 지방정부의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자녀교육이 필요치 않은 은퇴노인들이 지방정부의 교육부문 예산부담이 늘어나는데 반대하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미텍사스주).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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