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와 처음 만났을때 그때의 얘기를 좀 해줘요. 이를 테면 아빠의 어떤 모습에서 사랑을느끼게 되었는지 그런걸 말이에요"
느닷없는 딸 아이의 질문에 당황하며,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애가 언제 저렇게 컸을까 대견하기도 하고 그만큼 세월의 흐름을 실감도 한다.
아득히 흘러간 세월 저편에 그때 내 나이, 지금의 내 딸아이와 같을 무렵 나는 감수성 예민한 시골처녀였다. 괜스레 울적해지는 마음에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을 찔끔거리고 눈쌓인 언덕에달빛이 내려 깔리는 밤이면 또래의 친구들과 밤 새워 재잘거리기도 했다.
친정집 툇마루에 달빛이 쏟아지던 날 밤이었다. 맞선본지 달포만에 결혼식을 올리자니 아직도 서먹하기만한 신랑과 낯선 시댁생활에 적응해야할 문제로 잠 못이루고 있을때, 친정 어머니가 조용히 말씀해주셨다.
"얘야, 시집이 뭐 별거냐. 시부모님 잘 모시고, 남편 잘 받들고 오순도순 자식 낳아 잘 기르면되는거지"
속삭이듯 들려 주시던 어머니 말씀이 자장가가 되어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던 그때가 가슴 아리는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을 적셔줄 줄이야….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만큼이었고, 지금의 나에게는 그때의 내 나이만큼의 성장한딸이 있으니, 가는 세월이 남겨준 자연의 섭리가 아니런가.
마냥 철부지만 같았던 딸아이가 제아비와 어미의 첫사랑의 만남을 알고 싶어할 만큼 성큼하게 자랐으니,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빈 말은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 남은 여생, 남편 말고도 또 하나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화의 상대를 내 딸로 하여금이룰 수 있게 된 것을 신께 감사드리며, 훗날 내 딸아이가 백년배필을 맞아들일때, 나는 그때처럼퍼붓듯 달빛이 창밖으로 흐르는 날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 내 어머니가 내게 말해준 그대로 내 딸에게 말해 주리라.
"얘야, 시집이 뭐 별거냐. 시부모님 잘모시고 남편 잘 받들고 오순도순 자식 낳아 잘 기르면 되는거지"라고….
임경순(대구시 동구 신암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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