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사태 수사 이모저모

○…검찰은 11일 신한국당 홍인길(洪仁吉)·정재철(鄭在哲)의원에 대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각각 8억원과 1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이날 오후 8시45분께영장을 집행.

수사관들에 이끌려 대검 청사 11층 조사실에서 먼저 내려온 검은색 외투차림의 홍의원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을 향해 약 20여초간 포즈를 취했으나 '대출외압의 배후가 있느냐', '왜 수뢰사실을 부인했느냐'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술을 굳게 다문 굳은 표정으로 함구로 일관.

홍의원에 이어 1분뒤 조사실에서 내려온 검은색 정장 차림의 정의원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카메라 플래시에 당황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 미리 그어놓은 촬영위치에서 30여초간 포즈.정의원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입을 열듯말듯 망설이다가 "국민들에게 정말 송구스럽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발언.

○…신한국당 홍인길·정재철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은 11일오후 5시께 서울지법에 접수돼신형근(辛亨根)영장전담판사에게 배당됐으며 신판사는 3시간여동안 심리끝에 실질심사 없이 오후8시께 영장을 발부.

심리를 마친 신판사는 지난번 은행장들에 대한 영장 발부때와 마찬가지로 "범죄의 특성상 증거인멸의 개연성이 크고 높은 처단형(선고형)이 예상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발부 이유를 설명.○…신판사는 두 의원이 혐의내용과 받은 돈의 액수를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인정했다"며 "영장에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일치하는 부분만 포함돼 있었다"고 대답, 정태수한보총회장과 두 의원의 진술 사이에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음을 시사.

신판사는 이들이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한 사실,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혐의내용에 대한 소명이 있었다"고만 답하고 "나머지는 검찰에 물어보라"며 언급을자제.

○…정총회장은 이들 두 의원에게 돈을 전달할때 이미 구속된 은행장들에게 전달할때 사용했던사과상자 이외에 골프가방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

검찰 수사관계자는 "홍의원의 경우 은행장들과 마찬가지로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싣는 방법을 썼으나 정의원의 경우 1억원을 담은 골프가방을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했다"고 전언.

○…검찰은 정치인들의 '한보 봐주기' 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회 속기록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나타나 주목.

검찰 관계자는 "정총회장이 국정감사때 국민회의 의원들을 무마시키기 위해 정의원을 통해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며 "이후 소속의원들에게 청탁이 있었는지, 관련 의원이더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데 속기록이 큰 도움이 되고있다"고 설명.

○…검찰은 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김덕룡의원등 4명의 주내 소환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서 눈길.

수사관계자는 이들의 소환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한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고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소환운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고 소환설을 극력부인.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검찰이 이미 내사등을 통해 은밀히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이번 특혜의혹 사건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은게 아니냐"는관측이 나돌기도.○…검찰 고위관계자는 한보의 당진제철소 건설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 "공소시효가 지난 게 아니냐"고 언급, 공무원 로비의혹 수사의 범위가 상당히 좁혀졌음을 암시하는것이라는 분석이 대두.

이 관계자는 "현재 인허가상의 의혹사항에 대해서는 진상규명 차원에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89년에 있었던 인허가상의 문제를 다루기에는 이미 시기가 늦은 게 아니냐"고 설명.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관련 의혹이 시급히 규명해야 될 문제가 아니냐"고덧붙여 사실상 관계수사를 대출비리에 국한할 뜻임을 시사하기도.

○…검찰은 최근 수사의 핵심내용이 일부 언론이나 외부에 유출되는 사태와 관련, 자체 정보망을총동원해 진상조사를 은밀히 진행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최부장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설이 외부에 유출된 것에 대해 수사팀으로서는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진원지가 명백히 밝혀지지않고 있다"고 설명.○…검찰 관계자들은 최근 일부 언론이 이 사건수사가 대출외압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보도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

한 고위관계자는 "언론에서 누구는 수사하고 누구는 수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몰아붙인 뒤 이를축소수사나 표적수사라고 치부하는 것은 일종의 수사간섭"이라며 그같은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주문하기도.

검찰이 12일 오후 신한국당 황병태(黃秉泰)의원과 김우석(金佑錫) 내무장관을 전격소환키로 함에따라 대검청사 주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최병국(崔炳國)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수사착수후 처음으로 기자들을 불러이례적으로 수사예정사항을 브리핑.

최부장이 수사결과나 진행상황이 아닌 예정사항을 사전에 알린 것은 처음으로 이를 두고 검찰주변에서는 최근 수사기밀 사항이 잇따라 유출되는 보안사고가 일어난데다 일부 언론에서 잘못된보도가 잇따르고 있어 사전예방 차원에서 브리핑이 이뤄졌다는 분석.

최부장은 이어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다소 격앙된 어조로 "오늘 아침 언론에 잘못 보도된 내용이많아 불가피하게 수사예정사항을 사전에 알리기로 했다"며 황의원과 김장관의 소환사실을 밝혔다.

최부장은 "오늘 오후 2시에 국회 재경위원장인 황의원을, 오후 4시에 김장관을 소환 조사한다"고말하고 이어 "오늘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고 통보한 권노갑(權魯甲)의원은 오후에 출두한다는보고를 받았으나 정확한 출두시간은 미정"이라고 설명.

○…이날 오후 검찰에 소환될 황의원과 김장관은 피의자 자격으로 조사를 받게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

검찰이 그동안 참고인에 대해서는 본인의 명예훼손 등을 감안해 출두시간 전까지 언론등 외부에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해온 점에 반해 황의원과 김장관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출두전에 소환사실을 밝혀 참고인이 아님을 시사.

○…이날 소환될 예정인 황의원과 김장관은 이번 한보사태와 관련, 그동안 각계에서 나돌았던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았던 인물이어서 한마디로 의외라는 게 검찰주변의 반응.

특히 황의원은 정태수(鄭泰守)리스트나 한보리스트에서 전혀 거명되지 않았던 인물이어서 주변을놀라게 하기도.

○…한보 비리사건과 관련 12일 김우석 내무부장관이 검찰에 소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장관이 1년동안 장관으로 재직했던 건설교통부의 공무원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김장관의 소환이유가 옛 건설부장관재직 때의 업무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파악하기에 부심하는 모습.건교부의 한 간부는 "어떤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현직 장관이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게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하고 "김장관이 옛 건설부를 맡고있을 때 문제가 될만한 일은 없었는지 파악중"이라고 설명.

김장관은 지난 93년 12월 22일부터 94년 12월 24일까지 1년여동안 옛 건설부의 마지막 장관으로재직하다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되면서 오명장관에게 자리를 넘겨준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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