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커넥션 정치권 대지진

'초특급 정치태풍'인 한보커넥션이 정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여야 대선구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권 핵심세력인 민주계의 간판주자들이 한보태풍에 휩쓸려가고 있다. 야권에서도 확고하고 강력한 주자였던 DJ가 권노갑의원때문에 역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야권 후보단일화도물거품이 될 처지다.

한보태풍이 대선구도에 미치는 충격과 여파는 과연 뭘까. 검찰수사가 종료되기 전에 미리 점친다는 게 무리지만 대단한 위력은 틀림없다. 현재의 대선구도자체를 뒤엎을 지도 모른다. 실제로 여야의 일부 유력 대선주자들이 치명상을 입았다.

또 최근 여야 공방이 마지막의 성역도 허물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번대선 레이스는 대혈전(大血戰)으로 흐를 것으로 보여 정국향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만약 한보태풍이 야당 두 총재인 DJ와 JP에까지 직접 다가간다면 정치권에는 새판짜기에 돌입할지도 모른다. '정치혁명'의시작이다.

현실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정치구상인 '3김청산'이 어느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통령 자신도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타도 DJ'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김대통령이 자신의 희생을 딛고DJ에게 일격을 가한 것은 여권 대선주자들에게는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김대통령이 이들에게해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였다. 우선 여권은 이번 사건으로 예상보다 출혈이 심했다. 대통령의 가신과 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되면서 문민정권의 도덕성이 뿌리째 무너져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의 인기도 땅에 떨어졌다. 신한국당 고위당직자나 소속의원들은 요즘 모이기만 하면 "당의 최대위기"라며 침통해 한다.

이런 상황은 대선주자들에게도 마이너스다. 특히 최형우(崔炯佑)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등 민주계 주자들은 한보게이트로 유탄을 맞고 회생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이들에게 힘이 쏠리지 않을 것이다. 이들쪽 인사들이 이제는 딴 데로 발길을 돌리고있다.

한보사건을 통해 이회창(李會昌)고문과 박찬종(朴燦鍾)고문이 건재를 과시했다. 이수성(李壽成)총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범민주계 옹립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이홍구(李洪九)대표는 밀리고있다.

이제 민주계 주자들이 탈락되다시피 하면서 여타 유력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들이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파였던 민주계와 친민주계인사들이 어느편에 가담하느냐에 따라 대선주자 판도는 큰 변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측면에서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영향력 유무도 관심사다. 자신의 분신인 민주계를 만신창이로 만들었기 때문에 통제력이 약화 될 것이란 추측도 있다. 오히려 위기때문에 더 뭉칠 수도 있지만 예전의 단합된 민주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제 대선주자들도 고분고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권재창출에 도움되는 대중정치인이 후보로선택될 확률이 높다.

국민회의는 외형상 여권에 비해 한보게이트 연루자 수는 턱없이 적지만 권노갑(權魯甲)의원이 DJ의 왼팔이었다는 점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치명타를 입었다. DJ의 대선가도는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DJ살리기'노력이 시도되겠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야권 내부에서는 한보게이트에도불구, DJ가 대선출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일각에서는 '제3후보론'의목소리가 커지는 등 대선 후보선정을 놓고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김상현(金相賢)의원이 한보자금 수수의혹으로 타격을 받아 DJ에게는 플러스요인이다. 가장 큰 우려는 향후 자민련이 후보단일화에 대해 이전보다 회의적인 반응이 나올 공산이 높다는 점이다. DJ의 대권4수가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한편 자민련은 결사항전하는 국민회의와 달리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권공조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번사건을 계기로 JP는 내각제개헌을 다시 고창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내각제개헌 얘기가 다시 지펴지기 시작했다. 〈李憲泰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