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장엽 망명 북경 스케치 "北 제2테러 우려"

○…북한의 황장엽비서 망명사건으로 북경 한국대사관 주변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이한영씨 피습사건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포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중국내 한인사회에서는 대부분 모임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며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북한측의 테러에 신중히 대처하는등 긴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경등 중국내 한인사회는 황장엽(黃長燁)비서망명과 김정일(金正日)의 전처 성혜림(成蕙琳)의 조카 이한영(李韓永·36)씨의 권총 피습사건이 알려지며 공포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이들은 북한이 특수요원 3백명을 북경에 파견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북한의 보복행위가 혹시나중국내 한인사회를 목표로하지않을까 마음을 조아리면서 외출과 모임을 취소하고 자녀들도 문밖출입을 자제토록하고 있다. 또 중국내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국제전화가 빗발치고 있고설을 쇠기위해 귀국했던 주부들과 자녀들, 일부기업인들도 북경행날짜를 늦추는등 상황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공안당국도 북한의 한국인에 대한 테러위험이 높다고 판단, 모임과 집회등한국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없게해줄 것을 주중한국대사관과 각급기관에 통보해오고 있다.북경시내 일부기업들은 직원들의 신변안전을 우려, 술집출입등을 아예 금지시키고 있다. 이같은공포분위기속에서도 가장 불안을 느끼는 한국인은 대사관등 한국공관원들. 이들은 상당수가 퇴근을 하지않고 아예 대사관내에서 정종욱(鄭鍾旭)대사와 함께 머물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또 한국대사관의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잇따라 북한대사관차량들로부터 추적을 당하기 때문에 불안은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대사등 대사관고위층을 납치표적1호로 삼고 있고 중국공안당국역시 이때문에 대사관저등 주변을 물 嬖늅坪 경비하고 있다. 취재중인 한국기자들도 납치가능성은 마찬가지다. 15일 오후, 북한대사관 동정을 엿보던 한국기자1명이 북한인인듯한 사람에 의해북한대사관안으로 끌려들어갈뻔했다.

한국대사관이 세들어있는 국무빌딩과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 한국총영사관등에는 중국공안과 무장경찰들이 초긴장상태로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등 북경의 남·북대치상황은38선 못지않은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이한영씨 피습사건과 북한의 테러위협으로 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인 16일, 북경시내 유일의 한인교회는 신변안전을 우려한 중국공안당국의 예배잠정중지요구에도 불구,평상시대로 오전11시부터 예배를 진행.

그러나 예배참석인원은 평시의 절반인 2백여명 뿐이었고 중국공안당국도 예배장소인 북경시내 21세기호텔안 복도등 곳곳에 공안원들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조선족예배가 진행된 북경시 숭문구(崇文區) 충원문교회에는 춘절이후 가장 많은 5백여명의 신도들이오후1시부터 시작되는 대예배에 참석했으나 황비서망명사건은 전혀 모르는듯 평상시와 같이 예배가 드려졌다.

한편 정종욱(鄭鍾旭)주중한국대사는 16일 저녁 북경에 와있는 한국기자들과 저녁모임을 가지려했으나 중국공안당국이 신변의 위험을 고려, 취소해줄것을 요구해 와 당초계획을 취소했다. 또 북경시 해정구(海定區)에 있는 북경유일의 한인유아원도 당초 17일 개원예정이었으나 황비서 망명으로 인한 북한인들의 한국인테러위협등 분위기에 따라 개원일정을 28일로 연기, 사실상 3월3일부터 개원키로 했다.

○…주창준(朱昌俊)주중북한대사를 비롯 북한대사관내의 고위직들이 오늘(16일), 김정일생일이후황비서의 망명을 막지못했다는 이유로 엄중 문책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경의 한소식통은 북한당국은 이미 이문제를 조사하기위해 평양에서 조사단을 파견,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이와함께 북경에와 있는 북한의 각기관, 조직과 조교(朝僑·북한국적의 중국거주자)사회의 내부동요등 추가이탈방지임무등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주는 16일, 김정일의 생일 축하를 위해 15일 오후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황씨 망명사건이 발생, 귀국계획을 취소한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당국은 황장엽망명사건 5일째인 16일에도 한국대사관과 영사관주위에 공안요원들을 증원하는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 경계를 강화.

시내중심부 국무(國貿)센터에 세들어 있는 한국대사관의 경비를 위해 중국공안은 이례적으로 정·사복 경찰을 국무센터 로비와 복도등에 배치하고 외부에도 정·사복차림의 공안과 공안차량들이 배치돼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리둔동삼가(三里屯東三街)의 한국총영사관 주위에는 경비를 더욱강화, 영사관 20-30┾ 지점밖에부터 차단막을 설치,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있다. 한공안관계자는 저격등 원격공격에 대비, 원거리에 차단막을 쳤다고 설명. 이주변에는 현재 공안원과 무장경찰 1백50여명이 10여대의 차량을 세워놓고 길목을 경비하고 있다.

○…주중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은 계속 황장엽사건은 납치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도 방법이 있다'며보복하겠다고 위협.

북대사관의 한관계자는 "황장엽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가만히 않아서 보고있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북대사관은 15일 저녁과 16일 아침, 대사관내에서 김정일생일을경축하기 위한 조선족등을 상대로 한 리셉션과 조찬계획을 모두 취소.

한편 북경에 속속 파견되고 있는 북한측 실무진과 비밀요원들은 주중북한대사관내 숙소에 머물지않고 대사관주변에는 얼씬도 하지않아 현재 북측이 소유하고 있는 북경시내 제3의 안가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74세인 주창준(朱昌俊)주중북한대사는 김일성계 인물로 지난 88년9월 부임후 햇수로 9년째 북경에서 외교사령탑의 역할을 맡고 있다. 노동당서열 1백4위와 노동신문주필등을 역임한주대사는 72년 남·북적십자회담, 85년 남·북국회회담 1차접촉때 각각 북한측 부단장 자격으로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다. 92년 한·중수교라는 충격속에서도 소환등 문책을 받지않은 평양최고위층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다. 그러나 김정일이 1세대 즉 아버지 김일성계의 노인들을 16일 자신의 생일후 대거 숙청할 계획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황장엽망명사건이 북경한국대사관에서 발생,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황장엽망명사건이후 주중북한대사관은 비상사태에 돌입한 가운데 당초 취소될 것으로 알려졌던 김정일 55회생일 기념행사를 16일오전 8시30분부터 대사관내에서 개최했다.약 35분가량 북한대사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북외교관을 비롯, 상사원, 북경에 파견된 특수요원, 친북인사, 가족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창준북한대사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대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인민들의 일치단결과 김정일지도자를 중심으로 사회주의건설을 위해노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날행사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서약 △북한소년·소녀단원 20명의 입단식 △친북조선족과 朝僑(북한국적 중국거주자)들이 김정일에게 보내는 꽃다발증정 순으로 진행됐다. 외국사절들은 이날 행사에 김정일이 아직 공식적인 정부수반이 아니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아침 공관원 부인들로 보이는 북한여성들과 소녀들이 색동치마, 저고리를 입고있는 모습과꽃다발과 화환, 음식물등이 대사관안으로 운반되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행사후 북한대사관을나오던 한 북측여인은 '김정일 지도자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나오는 길'이라며 대사관 정문앞에있던 한국특파원들에게 '황비서가 빨리 석방되도록 도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한편 북한대사관 홍보게시판에는 김정일의 활동을 소개하는 사진 50여장이 게재됐고 대사관주변에는 중국공안차량 2대가 배치돼 있었다. 중국공안당국은 행사가 끝난후에도 북한대사관앞에 한국기자 3명이 있다며 철수해줄 것을 한국대사관측에 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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