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國債報償' 대구記念日로

근세사에서 대구지역민의 위대한 행동이 나라를 살린 일을 세가지만 든다면 일제강점(日帝强占)에 저항한 국채보상운동, 6·25전쟁당시 공산침략에 필사항쟁(必死抗爭)한 대구사수(大邱死守), 자유당 부패독재에 첫 민주횃불을 든 2·28학생의거를 손꼽을수 있다. 경제적 침체와 정치적 영락으로 갖은 홀시(忽視)를 받고있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이같은 정신의 저류에서 이 지역민들은 무한한 긍지를 찾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국가와 민족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대구지역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최근의 여러상황들을 생각하면 새삼 그같은 위대한 행동의 정신을 되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그중에서도 오늘로서 90주년을 맞는 국채보상운동은 백년전 첫 경제의 개방시대를 맞아 일제(日帝)가 국권침탈의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과중한 채무국으로 몰았던 그때 대구 지역민들이 그같은간계에 정면으로 맞섰던것으로, 범민족적 호응을 불렀던 사건이다. 처음 김광제·서상돈선생등 대구민의소회장단의 호소로 모든 국민이 3개월만 담배를 끊으면 일본의 빚을 갚을수 있고 일제침략의 마수에서 벗어날수있다고 주창한것이 국내외 전민족의 일치된 반향을 얻었다. 부호는 물론 거리의 행상(行商), 천한 신분의 기생까지 거금을 쾌척하는 독립자강의 기운을 보이자 이에 놀란 일제가 노골적 탄압에 나서는 바람에 이 운동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정신이 일제강점기동안 연면히 흘러 민족 독립항쟁의 바탕을 이루었고 마침내 우리가누리는 독립국가회복의 초석이 되었다. 그때 김광제·서상돈선생의 명의로 발표된 취지서는 지금읽어도 절절하다. '국채 1천3백만원이 있으니 이것은 한국존망에 관계되는 일입니다. 갚으면 나라가 보존되고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형세가 반드시 올 일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고에서 갚을형편이 어려우니 3천리강토는 장차 우리나라의 것, 백성의 것이 못됩니다. 토지는 한번 없어지면자못 회복할 길이 없을 뿐 아니라 어찌 월남등의 나라와 같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고 한 대목은 지금도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WTO체제, OECD가입등으로 제2의 경제개방을 맞은 우리가 경상수지적자 2백30억달러, 외채 1천1백억달러로 세계2위의 채무국이 된 오늘 대구 선인들의 90년전 절규가 그때 못잖게 쟁쟁하다.대구시가 국채보상운동 1백주년을 10년 앞두고 기념사업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대구상공회의소가국채보상운동사를 발간하고 기념비건립을 준비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를 위해서도 잘하는 일이다.그러나 선인들의 그같이 위대한 정신을 해방52년만에야 기리게된 것이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내년부터라도 이날을 대구의 기념일로 제정하자. 그래서 '침체의 대구', '꼴찌의 대구'를 벗어나는계기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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