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책임지는 사회

일본을 대표하는 국립동경박물관이 있는 우에노공원에는 수많은 거지들이 살고있다. 그 거지들은밤에 사과상자.과자박스.비닐.천막.나무조각 등으로 임시거처를 만들고 새우잠을 자고 낮에는 한쪽으로 치운다. 비가 오는 날에는 공원은 온통 거지들의 집이 되어버린다. 깨끗한 거리, 편리한 도로등 깔끔한 동경의 이미지에 거지란 어울리지 않은 정경이다. 경찰등 공권력을 동원하여 거지를쉽게 내몰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의 거지떼를 그냥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우리와 비교대상이 되어왔던 일본은 우리보다 앞선 부분이 많은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전국적으로 어느 곳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철도망, 품질좋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만들어내는하이테크 기술, 사회보장제도 대부분 시민들의 건전한 삶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우리노공원에 불법으로 살고있는 거지떼조차도 그냥 두고 살아가는 것은 그들의 자신감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의 부끄러운 부분을 감추려고만 애를 쓸뿐 사회전체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듯하다. 우리사회 각 부분에서는 자신있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한다.위기상황이 닥쳐오면 온갖 교묘한 술수를 부려 자신만 빠져나가려고만 할뿐 전체조직이 어떻게되는가에는 눈꼽만치의 관심도 두지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자신감에 차있는 활기찬 사회의모습을 기대할 수 없다.

〈경주대교수.금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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