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긴 겨울 밤 따뜻한 구들(온돌)방에 모여 얘기꽃을 도란도란 피우는 '아랫목 정경'은 우리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이런 '아랫목문화'가 생겨난 것은 구들문화에서 비롯됐다.구들 아랫목에서 남정네는 새끼를 꼬거나 돗자리를 짰고 아낙네들은 바느질을 하면서 집안과 마을 대소사얘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처럼 구들방 아랫목은 언제나 인정이 넘치는 곳이다. 나이들어 몸과 마음이 쇠잔해지면 노인들은 여름철에도 불을 때 아랫목에서 몸을 덥히고 이곳에서 앓다가 세상떠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주부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아랫목에 누워 일어나지 않으면 아프거나 불만족이 있음을 나타내는것으로 여겨 온 집안 식구가 불안을 느낄 정도였다.
이처럼 아랫목은 구들의 가장 중요한 자리로서 정갈하고 따뜻하면서 인정이 넘치는 곳이었다.서양은 왕이 거주하는 궁궐도 1300년대까지 모닥불형태의 난방을 해 궁궐내부가 까맣게 그을린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천년전부터 현대까지도 전승되고 있는 과학적 난방법인구들난방을 창조해냈다.
단국대 김남응교수는 "구들은 김치처럼 일상에 퍼져 우수성을 잘 모르지만 외국 난방시설과 비교해보면 그 독특함이 증명된다"며 "전통구들은 세계최초의 바닥난방이자 연기없이 불을 쓰게된 최초의 난방법이며 또 최초의 중앙난방식 난방법과 최초의 축열난방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구들에서 자고나면 날아갈 듯 가뿐하다. 아궁이의 열기는 자궁암을 비롯해 각종 부인병을 예방한다. 조선조 광해군이 대궐안 황토방에서 종기를 치료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특효를 가진 구들설치의 핵심기술은 불이 방바닥아래로 잘 빨려들어가는 것.불을 잘 빨리게 하기위해선 저녁과 계절별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알고 이에 적합한 구들의 깊이,굴뚝높이, 연기가 지나가는 바닥의 경사도 등을 적절하게 시공해야 한다. 이것은 공기의 자연순환력을 이용한 고도의 유체역학적 원리가 응용됐다. 또 불이 잘 빨리면 타고남은 가스가 방바닥을통해 실내에 유출될 가능성도 적아진다.
계명대 공성훈 교수는 "구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바닥난방으로 서양의 경우는 로마시대 하이퍼코스터(Hypocaust)가 온돌의 원리와 비슷했으나 기술이 전승되지 않고 있다"는 것.구들은 인류최초의 연기없는 난방법이다. 서양의 벽난로는 연기의 활용도가 없이 연기가 바로 굴뚝으로 빠지게 설계된 반면 온돌은 연기를 방바닥 밑에 최대한 가둬 활용했다. 서양의 난방방식은 연기를 난방에 사용할 경우 연기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또 열을 구들장에 저장하여 장시간 방을 따뜻하게 하고 취사를 겸하여 방이 식을 때가 되면 구들이 완전히 식기전에 다시 가열되는 최초의 축열난방이기도 했다. 서양의 벽난로는 불이 타고있을동안만 따뜻하지만 구들은 밤새 따끈함을 유지한 다는 것.
구들학회 최영택씨는 "전통구들은 한 아궁이에서 두개 또는 때때로 세칸의 방까지 덥히는 중앙난방식이다"며 "취사를 겸한 난방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문화다"고 그 우수성을 지적했다.위풍이 많이 불고 하체부위에 따뜻한 공기를 많이 가둘 수 있는 구들은 좌식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진흙방바닥구조는 적외선의 장파를 발생하고, 진흙벽과 진흙천장은 습도조절 기능이 뛰어나건강유지와 좌식생활에 적합한 실내온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두한족열(頭寒足熱)이 인체와 온도의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했다. 추운곳에서 구들방에 들어와 손과 발을 아랫목 따뜻한 이불속에 넣으면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구들의 효시는 모닥불이 비나 눈으로 꺼지는 것을 막기위해 뚜껑돌을 얹은 외구들이다. 주위에세운 돌짬을 흙으로 막아 쌓아올리고 뚜껑돌과 같은 높이로 평평하게 하여 연기를 한쪽으로 빠지게했다. 고래를 더 길고도 넓게하여 경험적으로 계속 발전시켰다.
우리 선조들은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서구에서 연구가 진행중인 축열방법과 상난방법, 전면난방방법, 저온도난방방법 등을 1천년전부터 이미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선조들의 뛰어난 구들문화는 오늘날 아파트 바닥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온돌바닥구조의 개발, 난방관리비를 최소화시키는 온돌바닥구조와 습기조절에 진흙을 이용한 온돌시공, 전기식 온돌난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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