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5개각 의미-정치논리 배제 행정실무에 무게

5일 단행된 개각의 성격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한보사태에 대한 문책이 그 첫째고 다음이내각의 안정을 위한 관료 우대다.

김영삼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대국민담화에서 정치.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인사개혁 의지를곧바로 실현, 한승수경제부총리와 안광구통산.김용진과기처장관을 경질했다.

한보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한부총리와 주무 부처장인 안장관은 안이한 자세로 대응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고, 관련부처는 아니지만 김장관은 은행감독원장 재직시 은행대출에 대한감독 소홀이 문제가 됐다.

퇴진시킨 경제각료의 후임인선과 관련해서도 김대통령은 행정경험과 부처 장악력을 최우선으로고려, 곧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실무형 인사를 인선했다.

한마디로 경제난제가 산적,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업무파악으로 시간을 소비할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경제부총리로 계속 거명됐던 이상득신한국당정책위의장이 입각하지 못한 것과임창열재경원차관의 통상산업장관, 이환균총리행조실장의 건교장관 기용 등이 그 예다.특히 정통관료 출신인 강경식의원의 경제부총리 발탁은 실무능력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향후 규제 철폐와 금융구조 개혁 등에 발빠른 변화가 예상된다.

유임이 확실시 됐던 안우만법무장관의 경질은 안 전장관이 PK출신인데다 김대통령이 사과담화에서 약속한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임명 20일만에바뀐 서정화내무장관은 과거 내무부 시절 고건총리와 직속 상하관계였던 점을 들어 끝까지 사의를 표한 본인의 뜻을 받아들인 케이스.

또 이른바 '현철씨 파문'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추궁이다.

현철씨를 배경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산 김기섭안기부운영차장이 최근 전격 해임된데 이어 김대통령은 오정소보훈처장을 교체했다. 작년까지 안기부1차장으로 국내정보를 총괄했던 오처장의 퇴진은 현철씨 주변을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고 전해졌다.

그리고 이번 개각의 특징은 외교.안보팀을 전원 유임시켜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최근 황장엽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과 강성산총리경질, 최광인민무력부장.김광진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사망으로 이어지는 심상치 않은 북한 내부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4자회담이 추진되고 있고 중국 등소평사후 주변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대외정책의 안정성을떨어뜨리는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또 권부장의 교체는 이미해임된 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에 대한 의혹을 인정하는 결과로 비쳐질 수 있다는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개각은 과거처럼 특정지역 인사의 중용이나 계파를 따지지 않고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흔적이 돋보인다는 것이 총체적 분석이다.〈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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