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문화예술계에서 지역간 인·물적 교류는 단순한 정보획득 차원을 넘어 선진문화를 접할 기회임과 동시에 특정지역에 한정된 '우물안 개구리'식의 문화 정체를 막고 경쟁력을제고시키는 부패방지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분지도시' 대구의 국내 문화예술교류는 여전히 교류 의지및 정보 부재, 예산부족의 장애물로 둘러싸인 '문화 분지' 수준에서 제자리를 맴돈다. 몇 안되는 교류행사마저 '테이프 커팅'을위한 친선 차원에 머물고 교류 자체의 내실유무에 대한 평가나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문학과 연극, 음악과 무용이 출판·공연이라는 개별 선택적 형태로 나타나는 형식적 특성상 지역문화예술계의 국내 교류는 거의 미술분야에 한정돼 있으나 교류의 진의가 퇴색된 현장을 찾기란어렵지 않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일까지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린 제13회 남부현대미술제. 85년 제주에서의창립전 이후 대구에서는 처음 개최된 이번 미술제는 운영위원회의 졸속 기획과 운영 미숙, 기대치 이하의 작품수준으로 얼룩진 행사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과 충청,전라,제주등 전국 작가 4백10여명의 작품이 문예회관 2층을 모두 메울 정도로 방대한규모에도 불구, 6개월(통상 준비기간 1년)이란 짧은 준비기간에 부채그림등 현대미술제 성격과 동떨어진 작품들까지 버젓이 전시, 행사의 격을 떨어뜨려 지역 미술인들의 눈총을 받았다.전시회에 출품한 일부 작가들마저 "전시회의 양적 확대만을 위해 성격에 맞지도 않은 작품을 마구잡이 접수하는 무분별함이 문제"라며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 미술풍토 탈피를 표방한 10년 이상된 미술제가 여태 중앙미술계의 주목을 받지못하는 한 원인을 이번 행사를 통해 미뤄 짐작할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협 대구지회 주관으로 열리는 유일한 지역 교류전인 '영·호남 미술교류전'도 사정은 비슷하다.오는 11월로 12번째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아직껏 역대 행사성과에 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않은 채 해마다 대구와 광주를 오가며 반복 개최되고 있을 뿐이다. 출품자격을 초대작가에만한정했던 것을 지난해부터 40세미만으로 재조정, 젊은 작가의 참여기회를 확대했다고는 하지만양 지역 미술을 주제로 한 세미나 개최등 '공부 분위기' 조성엔 인색한 형편이다.지난해 7월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의 경우 2백여명의 전국 청년작가가 참여, 청년미술 발전을 위한 자생적 노력을 보여줬으나 내년 제2회 비엔날레를 앞두고 예산상 어려움으로난항을 겪고 있다. 대구청년작가회 회장 최우식씨는 "청년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전국청년미술의 중심을 대구에 두고 대구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매김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으나 97 광주비엔날레 개최를 위해 1백6억원을 이미 모금해둔 광주와 달리 대구시와 기업들의 회의적 반응으로 예산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대구를 문화도시화하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며 문화기반시설과 문화예술행사의 빈도 못지않게중요한 '작품 재료'가 문화교류다.
충분한 자의식도 없이 무엇인가를 보여줄 준비조차 갖추지못한채 전시효과를 노린 교류에 자족하는 대구 문화예술계. 언제나 중앙에 예속된 '주변부'인가.
〈金辰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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