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라진 노동법(1)

새로운 노동법이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노동법은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와 근로조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달라질노동현장의 모습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운용방안을 모색해본다.

'국내 굴지의 자동차회사 영업직 김대리(34)는 최근 심란하다. 회사공고판에 퇴직금을 중간청산하고 연봉제로 전환할 사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나붙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내수와 수출부진이 겹쳐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게다가 지난번 신모델 실패후 수백명이 정리해고된마당에'모집'이란 말에서 회사의 '속셈'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것이다. 연봉제 실시로 이제선배와 후배,사원과 간부라는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능력에 따라 보수와 퇴직금까지 결정되는 험난한 시대가 닥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 될 것이다.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개정노동법은 평생직장 개념을 무너뜨리며 고용조건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많은 직장인들은 무엇보다 정리해고제가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회사마다 감원선풍이 불 조짐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정리해고가 명문화됨으로써 기업들은 이제 지리한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감원할 길이 열렸다. 지난해 명예퇴직 바람으로 상당부분 깨진 평생직장 개념은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식고용구조도 질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업종다양화,신규사업진출 등 기업의 필요에 따른 인력조정도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정리해고제에 대해 △재계는 시행 2년 유예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로 요건제한 등 조건이 많아기존 법원판례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불평하고 있다. 하지만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기업들은 감원과 능력위주 인사라는 '신무기'를 얻었다.

모 기업 인사담당간부는"회사 분위기를 고려해 당장 정리해고를 도입하는 회사는 많지 않겠지만고비용구조, 인사적체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연봉제 도입이나 계약전환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여기에 퇴직금중간청산제가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개정노동법은 불시에 목돈이 필요한 근로자를 위해 '근로자의 요구가 있을 경우'퇴직하기 전이라도 이미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청산하여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로자의 자발적인 선택보다 사용자측의 남용가능성이 더 크다며 걱정한다. 중간청산을하게 되면 퇴직금 계산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 최종 퇴직금 총액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금누진율이 높은 직장일수록 이 가능성은 높다.

따라서 고용조정을 원하는 기업들은 정리해고 전단계로 연봉제, 퇴직금 조기청산제부터 손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리'당하기 전에 알아서 그만두도록 하는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란 얘기다.한 노동전문가는"정리해고제를 비롯한 기업의 고용유연화전략은 잘못 운용될 경우 고용불안을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