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주계와 내각제 카드

최형우고문의 와병이후 결속과 단합을 모색해 온 민주계가 정치권을 술렁이게한 내각제추진 움직임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기 시작했다. 87년 "직선제 개헌만이 살 길"이라던 이들의 구호와 비교할 때 격세지감을 갖게한다.

이들의 입장차이는 크게는 경선도전을 선언한 예비주자들과 그 나머지로 대별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나머지의 입장도 조금씩 다르다.

우선 김덕룡의원과 이인제경기지사는 분명한 반대입장이다. 김의원은 26일 당무회의에서 "권력구조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유감이며 어떤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며 "특정인의 집권욕을 채우기 위한 야당의 위인설관(爲人設官)식 논의가 왜 우리 당에서 거론되는가"라고못을 박았다. 이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내각제는 국가장래를어둡게 하는것"이라며 "무모한 내각제 음모를 분쇄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나머지 인사들의 이야기는 이들과는 달랐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기적인 촉박 등 현실적문제가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유보 내지 중도적이었다. 좀 더 두고 보자는 것이다.

신상우, 강삼재, 정재문의원 등 김대통령 직계들은 아직 부정적 경향이 강하다.그러나 이들 역시 두부모 자르듯 일축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 다수의 민주계소속의원들의 입장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영삼대통령에게 내각제논의 건의를 한 것으로 확인된 김수한국회의장은"여야와 계파 선수(選數)를 떠나 내각제 개헌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며 "대통령제만이 올바른 권력구조라는 교조적입장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자연스레 논의할 수도 있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민주계 내부에서 가장 적극적이다.

또 최형우고문 진영도 공식태도 표명을 유보했다. 최고문의 원내대리인 역을 맡고 있는 김정수의원은 "민주계 중진들이 내각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도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고문이 쓰러지기 전 당내 예비주자들과 내각제에 대한 의견교환을 한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최고문이 내각제에 분명한 반대 입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최고문을 대신해 계파 좌장 '직무대리'역을 맡고 있는 서석재의원도"민주계전체가 내각제 쪽으로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내일각에서는 김수한의장과 서의원이 내각제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하고 있다.이같은 입장을 분석해 보면 내각제에 대한 민주계 내부의 입장은 정리된 바가 없는 것 같다. 다만 몇몇 가까운 사람들끼리 개인적 의견교환은 있었을 법하다.

그리고 계파 전체를 대표하는 우뚝한 주자가 없다는 이들의 처지에서 볼 때 차선책으로 내각제든뭐든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지분 확보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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