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기다림의 여유

세상 살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 정보화 시대를 맞아 사람 사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기다림이란 말은 예전에는 많은 여성들의 삶에서 떼어 놓을수가 없는 단어였다.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저녁상을 준비하는 것에서 부터 한달 월급봉투는 반달도 못 살고 다 떨어졌지만 다음 월급날을 기다리면서 살아 왔다. 그런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잘 자라 제 몫을 하도록 기다려왔다.

현재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렵지만 앞으로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 지길 기다리면서 심지어 남편의 외도도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여기면서 기다리며 살아가는 경우도 적잖았다.남자들이 일터로 나가서 돌아올때까지 급하지 않으면 어지간히 중요한 일도 퇴근할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해서 통신수단의 꽃이라 하는 이동통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전처럼 마냥 기다리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동통신 중의 하나인 호출기가 어떤 상황에서라도 즉시 대답해 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호출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성질을 아주 못쓰게 만들고 있다. 기다림의 시간을 주지 않는다.

생활의 편리함을 찾아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살더라도 사람들의 관계만은 기계화 되지 말아야 한다.

모든 걸 신속하게 결정, 처리하려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갖는 쓸데없는 노파심일까?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은 너와 나의 관계를 좀더 나은 사이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필요하다. 또 기다림이란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이다'라고.

〈대구여성의 전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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