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보청문회-정씨증언 이후 전망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는 7일 청문회 첫 증인으로 나온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의 '자물통 입'을 여는데 실패, 앞으로 나머지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통해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정총회장은 한보철강 태동기인 지난 89년 아산만공유수면매립지 인허가 때부터 97년 1월 전격부도처리에 이르는 전과정을 가장 잘알고 있는 인물로 한보청문회 전반부의 가장 중요한 증인이었는데도 여야의원들이 이렇다할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의원들은 TV로 생중계된 첫날 청문회를 통해 정씨의 대선자금제공 의혹, '정태수리스트' 등을 파헤치기 위해 집중적인 추궁을 벌였으나 정씨를 효과적으로 '요리'하지 못해 한마디로 '판정패'했다.

이에따라 상대방을 직접 만나 돈을 건네주는 것으로 알려진 정총회장의 로비스타일을 감안할 때나머지 수감증인에 대한 신문을 벌이더라도 특혜대출 몸통을 찾아내거나,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벗기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특위 전체의 청문회 접근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게 정치권의 뒤늦은 후회이기도 하다.즉 김종국(金鍾國)한보재정본부장, 이철수(李喆洙)전제일은행장, 홍인길(洪仁吉) 정재철(鄭在哲)권노갑(權魯甲)의원 등 주변 인물을 먼저 부른뒤 그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총회장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씨가 대출외압실체, 비자금조성 및 유용, 정·관계로비 등에 대해 답변을 얼버무릴 경우, 주변인물들로부터 받아낸 증언을 들이대며 정씨를 코너에 몰아붙였어야 좀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어낼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정씨가 처음으로 증언대에 서 핵심을 비켜감으로써 나머지 11명의 수감증인들이 답변 수위를 정씨 수준으로 '하향 조정'할수 있게 됐다는 비판이 대두되는 것도 이때문이다.그러나 한보사태 진실규명이 완전히 물건너 갔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검찰수사과정과 공판에서 정태수총회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보였던 김종국재정본부장의 경우, 이날 정총회장으로부터 '머슴'이라고 비하됐기 때문에 8일 청문회에서 무언가 새로운 내용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12일 증언대에 서는 홍인길의원도 한보사태 초기 자신을 '깃털'로 비유했던 만큼 '몸통'을 지목하는 폭탄발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총회장의 청문회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나머지 증인신문을 통한 한보사태의 실체적 진실접근과 각종의혹규명은 회의적이라는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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