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광일이(12)가 '집'을 나갔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더니 또 나가버렸다. 뭘하고 있을까. 하루종일 거리를 쏘다니다 음식 부스러기 주워먹고 돈 생기면 오락실 가고 그러다 아무데나 쓰러져자고··.
대구 애활원 권성희교사(25)는 요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한다. 자신도 어린 시절을 이들처럼 어렵게 보냈다. 그러기에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었었다. 그러나 현실은 늘 산넘어 산.매일 저녁 아이들을 불러 앉혀 학교 공부를 복습시키고 숙제 검사까지 꼼꼼하게 한다. 하지만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특수반에 배정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어린이날이 낀 5월. 그달이 다시 오면 권선생은 가슴이 답답해진다. 차라리 어린이날이 없었으면… 남이 축제라고, 잔치라고 들뜰수록 '우리 아이들'의 어깨는 더 처진다. "그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내가 그 역을 대신하는 게 나으리라".
이제 곧 TV 화면마다 행복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가득 찰 것이다. 그것을 우리아이들이 어떻게새겨 낼 것인가.
지금 있는 아이들에 앞서 이미 성장해 사회로 나간 아이들을 생각해도 마음은 마찬가지. 잘풀리고 잘돼야 돌본 사람이 신날 것은 물론. 그래야 뒤따르는 아이들도 비전을 가질 터.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꼭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정을 주세요. 막무가내로 어린이날을 놀고 지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와 함께 이날 이런 친구들을 찾아 함께하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 더 뜻깊을 수도 있습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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