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인가-대중문화의 현주소

"대구에 대중문화란 것이 있기나 있는 겁니까"

"대중문화를 누릴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지요"

"대구의 대중문화요? 한마디로 비참합니다. 창원 울산 마산보다도 못해요"

대중문화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중문화, 말그대로 대중이 즐길수 있는 문화다. 팝 가요 영화 비디오…. 다소 오락적이고 흥미로운 요소가 있지만 관객이 누리는 감동의 양과 질은 순수예술과 다름없다. 그러나 문화실종의 도시 대구, 그 대구에서 대중문화는 싹조차 틔우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대중문화, 생로병사가 없다. 대구만의 독특한 맛을 지닌 대중문화가 만들어지고 누리고 소멸되고, 또 다른 경향이 생기고 하는 사이클이 없다는 얘기다.

양파, 이기찬, 김태욱, 신재형, 장철웅….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고 있는 대구출신 가수가 활동하고있는 곳은 모두 서울이다. 그 많던 다운타운의 통기타무대가 사라지면서 대구에서 활동할 근거가사라진 것. 영남대 에쿠우스를 비롯해 각대학의 록그룹도 '교내활동'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특히 지역가수들을 키워줄 무대가 없다. 대중문화의 인큐베이터가 없는 것. 이러한 역할을 지역방송이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대구MBC DJ 김학용씨(40)는 "지역의 무대 경험이 없는 가수들이라도 확실히 코디네이트해서 무대에 세워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예협회 서정하 대구지회장도 "방송이 키워줘야 지역가수들이 클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 3개 TV방송중 지역가수들이 참여할수 있는 것은 대구MBC의 '뮤직드라이브'뿐. 그나마 중앙가수들의 구색맞추기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관객이 누리는 '대형' 대중가수들의 공연도 비켜가기 일쑤다. 공연기획사인 성우이벤트 배성혁대표(34)는 "그만한 공연장이 없다"고 말한다. 라이브콘서트를 열만한 공간으로는 대구백화점 예술극장, 동아백화점 수성점 아트홀, 동아쇼핑 아트홀이 고작. 모두 4백~5백석 규모. 개런티 3천만원이상 대형가수의 공연을 열기에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

2천5백석 규모의 경북대 대강당과 대구대 대명동강당이 있지만 학교측의 방침으로 대중가수의 공연에는 대관을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배씨는 "행정의 대중문화 홀대가 섭섭하다"고 말한다.대구시민회관과 실내체육관은 순수예술공연에는 없는 '흥행료'를 받고 있다. 입장수익의 30%%,문예진흥기금 6.54%%까지 포함하면 만만찮은 액수다. 대중가수의 활발한 공연을 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

지난달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는 아주 낯선 장면이 연출됐다. 영화 '앉은뱅이 꽃' 크랭크인 고사. 40여년만이다. 대구에서도 드디어 대구의 독자자본에 의해 영화가 제작되는 것이다. 대중성 흥행성보다는 대구영화의 명맥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행사였다.제작사인 백운프로덕션의 박형규대표는 "고부가가치사업인 영상문화가 영화 몇편으로 살아나는것이 아니다"며 "지속적인 관심과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영화관련학과를 개설해 영화인들이 모이고 태어나는 환경조성, 이를 바탕으로 한 영화제작 시스템의 완비, 세트장의 건립, 영화 관련 행사 유치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에는 영화인도 없고 영화학도도 없고 영화평론가도 없다. 오직 관객뿐이다. 열린공간Q 김성익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는 대중문화, 영상문화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대구만의독특한 맛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대구의 대중문화 현주소, 아직은 '주소지 확인불가'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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