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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경남 거창 근처의 물 맑고 공기좋다는 계곡의 상류쪽으로 연구실소속 대학원생들과2박3일 일정으로 피서를 갔었다. 가기전 여러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가급적 먹는 것만큼은 간편하게 하도록 당부를 했다. 일년내내 실험실에서 씨름을 하는 그들에게는 연구실 그룹 피서가대단한 일이며 굉장한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계곡 군데군데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겨우 그럴듯한 곳에 캠핑장소를찾았고 동시에 식사 준비를 했다. 간편한 먹거리 준비를 부탁했지만 이런 부탁은 간데없고 불고기, 김치찌개, 각종 반찬 등으로 진수성찬이 마련됐다.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 후 설거지는 물론계곡물에서 했다. 그리고 곧바로 소주로 시작하는 술파티가 벌어졌다. 도착하여 이때까지의 일련의 순서는 마치 각본에 짜여진 것처럼 빠르게 진행이 되었다. 다음날 아침 세수를 하기 위해 물가에 가보니 이미 지저분해져 있었다. 수질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물을 오염시킨다는 자책감도 있고 해서 학생들에게 수질오염관련 얘기를 하면서 더이상 오염을 시키지 말자고 했다. 그러나 준비해 온 식단의 메뉴가 수질보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어서 어쩔도리가 없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계곡물을 오염시켰다는 사실과 연일 잘 먹었다는 생각밖에 다른 기억이 별로없다. 소주 한잔의 COD가 수만PPM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우리를 포함해 그곳에 있었던 많은사람들이 여름내내 물을 얼마나 오염시켰겠는가? 오염행위는 잠깐이지만 회복에는 엄청난 시간과노력, 그리고 비용이 필요하다.

이제 피서철이 온다. 올해는 자녀들에게 피서지에서 잘 먹었다는 기억보다는 아름다운 산수에 대한 기억을, 그리고 이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려고 애썼다는 뿌듯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미리잘 준비하자.

〈계명대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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