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북보선 안팎 (상)-당선의미

"KT-TJ 대선도약 디딤돌"

포항북보선은 단순한 지역선거에 불과한 것일까.

후보자들의 정치적 중량감이나 행보를 찬찬히 살펴보면 단순 보선의 의미를 뛰어넘어 올연말 대통령선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수 있다.

이기택(李基澤)민주당후보는 지난 13일 합동연설회에서 박태준(朴泰俊)후보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를 했다. "만약 (박후보를) 당선시키면 올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金大中), 김종필(金鍾泌)씨와 함께 노장정치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후보당선이 대선을 전후해 벌어질 정계개편에 또하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태준후보가 과거 민자당시절 대표최고위원을 지냈던 점을 감안한다면 그냥 금배지를 다는 것만으로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박후보본인은 "선거에 압승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히고 있지만 박후보의 측근들은 "대선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김종필자민련총재와 김대중국민회의총재가 총력지원을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민련김종필총재는 이달초 포항에 내려와 박후보와 직접 만났고 경북도지부사무처요원들을 선거지원반으로 파견했다.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도 김민석의원을 몇차례나 파견, 선거지원을 하게 했고 이종찬부총재, 박정수대구시지부장등도 수시로 보내는등 박후보의 환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역력했다.

양김총재는 박후보가 당선돼 영남권의 대표주자로 경쟁관계를 선언하기 전에 미리 우군으로 관계설정을 해놓는게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 박태준후보측은 양김의 지원을 내심달가워하지 않는 표정이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는 거절할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역출신 자민련의원들의 행보. 박준규(朴浚圭)최고고문, 박철언(朴哲彦)부총재, 최재욱(崔在旭)전의원등은 이번 선거에 남다른 열성을 쏟고 있다. 박고문과 박부총재는벌써 몇차례나 포항에 내려와 지원연설을 했고 최전의원은 선거캠프에서 핵심참모로 활동하고 있다.

박철언부총재는 "올해 대선의 야권단일화대상에 DJ, JP와 함께 박태준씨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박태준후보가 당선되면 지역의 새로운 맹주가 되고 그를 중심으로 영남권 정치인들이 뭉칠수 있다는 뉘앙스다.

최재욱전의원등은 박부총재의 독자세력화론과는 다소 다른 입장이다. 최전의원은 박태준씨가 자민련등 야권과 일정한 관계를 갖고 도움을 주기를 바라고 있는듯 했다.

이기택민주당후보도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할 정치인으로 꼽힌다. 현역 정치인중 경력이나 인물면에서 3김에 가장 비견할 정치인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의 선거구호도 3김청산이다.지역선거에서 3김청산을 외치는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듯 하지만 그의 주장은 설득력있게 들린다."3김씨가 나라를 다 망쳐놓고 박태준씨를 지원하면서 또다시 나를 죽이려 한다. 끝까지 남아 3김을 청산하겠다"

이총재는 15일 매일신문사주최 후보자 토론회에서 "우리 당에서도 대통령후보를 낼 것"이라고 했다. 당선되면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가 굳이 부산을 버리고 포항출마라는 힘든 길을택한 것도 대선이라는 빅이벤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

결국 이기택후보나 박태준후보는 이번 보선을 연말 대선에서의 도약을 위한 일종의 디딤돌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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