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慶州 남산-천암골

"정상 일천바위는 '노아의 방주'" 천개바위가 몰려있다는 남산 천암골. 천명의 마을사람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매미 울음소리가 쩡쩡 울리는 뜨거운 여름 한낮. 동남산 임업시험장을 지나 도착한 천암골어귀는짙푸른 숲을 한가득 입에 머금고있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등굽은 소나무들이 도련도련 모여 일광욕이 한창이다. 호젓한 솔숲. 소롯길을 걸으면 고요한 정적이 온 몸에 착 감긴다. 산속을 조금만들어와도 속세의 찌든 때는 씻은 듯 사라져버리고 산과 내가 한몸처럼 느껴지는 착각에 빠진다.산 중턱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오르막 길. 호흡을 몇번이고 가다듬어도 할딱거림이 멈추질 않는다.고행. 산을 오르는 것은 고행이다. 그러나 산의 정상에서 느끼는 기쁨은 그간의 고행을 상쇄하고도 남는 감동을 안겨준다. 정상의 기쁨을 위해 이마로, 등줄기로 흐르는 땀이 온 몸에 작은 내를이룬다.

삼십여분을 걸었을까. 마침내 산줄기위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있다.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을준다. 이윽고 정상. 덩치 큰 바위군들이 군데군데 자리잡고있다.

신라시대보다 더 오랜 태고적. 천암골에는 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서로 도우며 한울을 섬기며 살았다. 마군들이 쳐들어왔다. 마을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대항했으나 마군들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천명의 사람들은 하는수 없이 마을을 버리고 천암골 정상에 올라 한울님에게 기도를 드렸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물바가지 퍼붓듯 쏟아진 비로 벌판과 골짜기가 물에 잠겼다. 천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인 산봉우리만 남기고 모든 것이 물에 휩쓸려갔다. 마군들도 모두 물에 떠내려갔다. 살아남은 일천명의 마을사람들은 홍수가 휩쓸고 간 벌판에 옥토를 갈고 집을 지어 새 마을을 이룩했다. 그후 마을사람들이 목숨을 구했던 정상의 바위들을 일천바위라 부르게 되었다.구약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같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천암골 정상은 노아의 방주 인 셈이다.천암골정상의 일천바위는 여느 바위와 다른 모습이다. 울퉁불퉁 뿔이 솟은 바위, 쭈글쭈글 주름살이 진 바위등 곳곳에 바위가 즐비하다.

바위타기 명수인 염소들이 제실력을 자랑이라도 하듯 가파른 바위 곳곳에 염소똥이 소복이 놓여져 있다.

북쪽 멀리 미륵골정상 신대배기 봉이 봉긋 솟아있다. 신한짝 놓을 정도만 남기고 봉우리가 모두물에 잠겼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 일천바위 남쪽 괴물의 머리처럼 생긴 바위가 큰바위틈에 꽉 끼여있다. 이바위는 홍수때 물에 떠내려간 마왕의 머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제일 높은 바위에 올라서니 바닥에 구멍이 7개나 숭숭 뚫려있다.위험방지를 위해 쇠로 만든 난간을 만든 흔적이다. 신라시대부터 자연전망대로 이용됐다는 증거다. 서라벌의 옛터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인 까닭이다.

시원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에어컨 바람인들 이만큼 시원할까. 바위 바로 밑은 천길만길 낭떠러지. 산 정상의 상큼함. 산아래 파란 들녘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낭산.금강산 토함산이 도포자락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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