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마애불 웅숭깊은 미소가득" 남산 끄트머리 부채자락처럼 펼쳐진 오산계곡. 때마침 쏟아진 비로 백옥같은 물이 골짜기에 가득하고 산은 모처럼 생기를 되찾았다.
오산계곡의 초입은 남산리 쌍탑이 있는 탑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국사골과 오산골 어귀 사이 큰언덕. 비포장도로가 남산 한가운데 징그러운 흉터로 남아있다. 물포도나무와 밤나무가 길가에 서있는 이곳은 무심코 지나치면 아무 것도 없는 밋밋한 길. 그러나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고인돌 6기가량이 곳곳에 산재해있다. 제일 완벽한 형태를 갖춘 고인돌은 물포도나무가 밀집한 숲속에 작은 몸집을 숨기고있다. 밑에 괸 돌 위로 큰 바위가 덮고있다.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의 모습으로. 고인돌은 누천년을 땅에 엎드린 채 오늘에 이르도록 갖은 풍상을 견뎌왔다. 나무 숲 군데군데 때론 옆으로 눕고 때론 엎어진 고인돌의 잔해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길가운데 고인돌군(群)은깡그리 패어버리고 쓸쓸한 잔해만이 남아있다.
68년 남산에 길을 만든답시고 죄수들을 이곳에 데려와 수십기의 고인돌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말았습니다
남산리 토박이 김상인씨(51). 고인돌이 남북으로 줄을 지어 장관을 이뤘다고 당시를 회고한 김씨는 이곳에 도로공사를 벌이다 트럭이 전복되고 불도저가 나뒹구는등 사고가 연이어 많은 죄수들이 숨졌다고 말했다.
유적등 문화재가 단지 몸에 걸치는 장신구같은 사치라 여겨졌던 그 답답하던 시절…. 고인돌은그냥 돌덩이에 불과했을게다. 결국 문화에 대한 무지가 유서깊은 남산유적에 무지한 폭력을 가한것이다. 이제 어디서 사라진 유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인돌 언덕을 지나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 뜨거운 햇빛아래서도 서늘한 그늘이 있어 기분이 좋다.게다가 맑은 여울물이 더운 가슴을 식히고 있으니 남산은 이미 여름을 떠나 버린듯하다.계곡 옆 상수도보호구역 출입금지 라 쓰인 팻말. 미안함을 어찌할 수 없다. 계곡을 건너야 독야청청하는 부처를 뵐 수 있으니.
넘지 말아야 할 선. 철조망을 넘어 계곡을 건너 좁게 난 오솔길. 거미줄이 쳐진 덤불을 헤치고 오르기를 십여분. 회색바위에 새겨진 오산골 마애여래불. 두툼한 눈두덩, 넓적한 코. 콧구멍까지 드러나 못생긴 부처. 그러나 모든 어리광을 다 받아 줄 것만 같은 웅숭깊은 부처. 머리털이 없어 대머리처럼 보이는 마애부처는 가파른 절벽에서 보일듯 말듯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을 돌려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간다. 70여m를 갔을까. 서쪽으로 우렁찬 계곡물소리가 들린다.지바위골 입구다. 그윽한 계곡. 말이 없어야 산맛이 우러나는 골. 타박타박 걷기를 수십여분. 절터흔적으로 보이는 폐허에 커다란 바위. 한숨을 돌리고 다시 산등성이를 올라가면 나타나는 작은지바위. 마치 동굴처럼 깊숙한 곳에 아늑한 안식처가 있다. 비바람을 피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탑재가 굴러져 할딱숨을 쉬고있다. 다시 이마 땀을 훔치고 팍팍한 고갯길을 하염없이 오른다. 이윽고 정상이 보일 무렵 웅장한 바위하나가 딱 버티고 서있다.
큰 지바위. 척 늘어진 주변 소나무를 호위병삼아 걸터앉은 모습에서 장쾌한 호걸의 위용이 서린다. 그위로 또다시 흘러내리는 물줄기. 대체 산꼭대기에서 어떻게 물이 흘러내린단 말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정상바로 아래 바위틈에서 물이 솟고 있다. 기묘한 물줄기.
산정상의 경이로움에 옷깃을 여미고 합장 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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