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칼럼 세풍-왜 박찬호가 영웅일까

박찬호. 그는 분명 이시대의 영웅이다. 미국 LA다저스팀으로 건너간지 3년동안 숱한 시련과 좌절끝에 10승고지에 오른 그 순간 한국인들은 흥분과 환희속에서 그에게 온갖 찬사를 흔쾌히 보냈다. 민간 외교관, 한국인의 긍지, 이시대의 영웅으로 그에게 환호를 보내며 우리 국민들은 '대리만족'을 만끽했다. 지난 12일 대망의 첫 완투승으로 15승고지의 포문인 11승을 움켜쥔 그에게 우리국민들은 10승때와는 또다른 감회속에 메이저리그의 특급투수로 확실하게 자리잡기를 기원하고있다. 미국의 매스컴도 서서히 소수민족 동양인인 그에게 어쩔도리없이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LA교민들의 환호가 물결치고 있는것도 그러하지만 프로야구 그 자체를 즐기는 미국민들의아낌없는 박수를 받고 있는 그를 외면할수 없는게 언론의 속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는 이제 세계무대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 국민들은 그를 대견해 하고 있다.그 배경에는 단순한 그의 뛰어난 기량만을 자랑스러워 하는게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와 전세계를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자존심-그 한가운데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타자들을 멋지게 요리하는 한국인 박찬호, 그를 우리는 영웅으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첫 완투승을 거둔 그 시점이 미국령(領) 괌에서 KAL기 추락참사로 2백여명이 숨진 그 책임을 우리 조종기술의 미숙으로만 몰고가는 미국 언론들의 오보가 있었던 터라 더욱 그의 승리는 또다른 의미를 내포한 것이기때문이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자존심을 그 중심부에서 건드려 준 쾌거였기에 환호와 박수를 보낸 것이다. 더욱 그의 승리가 크게 보인건 우리정부의 대미(對美)대응자세가 너무 작고 굽신거리는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지 구조에서 원인규명작업에 이르기까지 우리정부가 취한 일련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우리국민들은 굴욕감마저 느낀 사건이기에 그 분노의 분출구가 바로 박찬호의 쾌승에 겹친 것이다. 유족들이 우왕좌왕 어쩔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굴러도 우리 정부는 KAL측에 일임한채 도대체 하는 일이 없었다. 뒤늦게 미국정부조사팀이 괌공항의 관제시스템의 허술, 기상악화쪽으로 추락원인의 가닥을 잡아가는데도 우리정부는 오불관언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현지조사와 위문차 가선 기념촬영이나 하다 유족들에게 혼쭐이 났다는 해프닝 대목에선 기가 차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게정부의 대응자세이며 국민들이 뽑은 선량(選良)들의 행보란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이러고도 정권재창출 운운(云云)하고 있으니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닌 듯싶다. 미대통령에게 구조활동에 대한 사의표명의 외교수사만 늘어놓을게 아니라 저쪽도 정부가 주관하고 있는 만큼 우리쪽도 정부가 나서서 따질건 따지고 개입할건 확실하게 하고 KAL측에 맡길건 맡기는 과단성을 보이는게 도리요 책무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국가인가. 미 상무장관이란 사람이 공식회의차 와서 노골적으로 자국 승용차 세일즈에 나서질 않나, 우리의 금연운동이나 소비절약운동까지 트집잡아 관제 수입규제조치라 생떼를 쓰는 판국이다.

은행까지 파산하지 않을까 우려할만큼 한국경제가 자칫 지리멸렬되는 최악의 위기국면인것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그들이다. 그뿐인가, 4자회담을 추진하는 진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갈수록그들의 태도가 묘연해지고 있다. 이런 판국인데도 지금 우리 정치권은 대권에만 혈안, 도탄에 빠진 국민경제는 안중에도 없는듯 이전투구양상이다. 중앙, 지방 할것 없이 선거열풍에 들떠 서민들이 직장을 잃건, 물가가 오르건, 부도가 나건 강건너 불구경이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은 진정한개혁을 주도할 '참신한 영웅'을 고대하고 있다. 그 대상을 박찬호에게 투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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